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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낙하산 없다" 약속 저버린 까닭

김디모데 기자 ss201411@hanmail.net 2013-12-13 17: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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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낙하산 없다" 약속 저버린 까닭  
▲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누누이 밝혔으나 그 약속은 깨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초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인사원칙을 강조했다. 처음엔 박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박 대통령은 원칙과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임 후 열 달이 지난 지금 낙하산 인사는 없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 정부 이상으로 낙하산 인사가 곳곳에서 득세하고 있다.


◆ “낙하산은 없다”에서 "국정 철학 공유 임명"으로 말 바꿔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5일 “공기업·공공기관 등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을 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며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30일에는 인수위원회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에는 말이 다소 바뀌었다. 박 대통령은 3월11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공공기관장에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정권의 낙하산 기관장들을 교체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지만 어느새 ‘전문성’보다 ‘국정 철학의 공유’가 앞서기 시작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다.


한동안은 공공기관장 인사가 신중하게 진행됐다. 취임 후 200명 가까운 공공기관장들을 갈아치운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달리 인사 시기를 늦추기까지 했다. 공공기관장 선임이 되지 않아 업무에 차질이 있다는 불평이 일 정도였다. 초반 박근혜의 인사는 조심스러웠다.


◆ 김기춘 실장 이후 다시 열린 낙하산의 문


그러다 6월 정창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재영 LH공사 사장의 인선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자 박 대통령은 지시를 내려 공공기관장 인선을 잠정적으로 중지했다. 기관장 후보자를 기존의 3배수에서 6배수로 늘리고 내정자들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원칙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노력조차도 얼마가지 못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명되고 인사위원장을 맡으면서 대통령에게 공공기관장 후보자 명단이 제출됐다. 9월부터 공공기관장 인사가 재개됐다. 그리고 ‘없을 것’이라던 낙하산 임명도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다. 9월 26일 선출된 최경수 증권거래소 이사장은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친박계 인사였다. 10월 2일 취임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대학 총장, 코레일 부사장을 거친 전문가이지만 역시 박근혜 캠프 선거대책위원이었다. 야권에서는 이들의 선임이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며 반발했다.


◆ 박 대통령도 논공행상 요구를 피할 수 없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더욱 노골적으로 보은인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10월10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해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바친, 애쓴 동지들에 대한 적극적 배려가 당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최고위원단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공개 만찬회동을 열었다. 이전에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당에서 추천자 명단을 올렸는데 반응이 없자, 다시 김 비서실장을 통해 당의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다. 10월30일에는 유기준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을 무리하게 인사에서 제외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정권창출에 기여하고 능력도 있는 인물을 임명하는 게 코드 인사나 낙하산 인사는 아니다”라며 공공기관장 인사를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결국 김학송 전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김성회 전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나마 이전까지는 친박계 인사 중에서도 전문성 있는 관료 출신 기관장을 임명했는데 이 원칙조차도 무너졌다. 그러나 김학송 사장과 김성회 사장은 업무와 관련된 일을 전혀 한 적이 없다. 정치인 출신인 이들이 경영난에 처해있는 공기업을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장수가 부하를 지휘할 수 있는 힘은 전쟁의 전리품을 나눠주는 것이다. 역사가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해도 이 역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처음에는 '낙하산 없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했겠지만, 김기춘 실장으로 바뀌면서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 "공직자 인사 잘못했다" 부정평가 55% 부메랑


원칙은 한번 무너지면 도미노 현상이 된다. 낙하산 인사도 마찬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11월14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 78명 중 절반에 가까운 34명(45%)이 낙하산 인사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중 낙하산 비율(32%)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장 의원은 “박 대통령은 낙하산 인사는 새 정부에서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며 “이 같은 결과는 총체적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낙하산 없다'는 원칙을 무너뜨린 댓가는 참혹하다. 박 대통령이 정말로 낙하산을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절로 나온다. 단지 눈가리고 아웅하려는 제스처로 취임 전에 “낙하산은 없다”고 못 박았던 것 아니냐는 비아냥 수준이다. 아직 공공기관장 인사는 다 끝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인사 행태와 새누리당의 압박 수준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비율이 이명박 정부 때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전무해 보인다.

문제는 원칙과 국민과의 약속으로 최고 권력에 오른 박 대통령이 스스로 원칙과 약속을 깰 때 받게 될 부메랑이다. 그 부메랑이 지지율이다. 갤럽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12월 지지율은 54%였다. 같은 기간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상 대통령에 이어 3위이다. 부정적 평가는 35%로 취임 이후 가장 높아졌다. 공직자 인사에 대해 '잘못했다'는 평가가 55%로 가장 높았다.
  박근혜 "낙하산 없다" 약속 저버린 까닭  
▲ 낙하산 인사로 지목된 공공기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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