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를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출범 여부는 불확실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성과와 시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은행산업의 경쟁과 성장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을 바라는 시장의 수요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에 출범했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은 4월 기준 가입자 660만 명 정도를 확보했고 전체 수신금액은 9조 원, 여신금액은 7조 원에 이른다.
카카오뱅크 계좌의 57%가 일반 은행의 영업시간 외에 개설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24시간 영업과 비교적 높은 금리의 예적금상품 등도 은행권에 영향을 미친 요소로 꼽혔다.
이를 감안해 금융위는 최근 ‘금융권 진입규제 개편방안’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불러온 변화의 심화와 확산을 위해 경쟁도 평가 등을 거친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촉매 효과를 내긴 했지만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을 감안하면 새 사업자가 선뜻 뛰어들기 힘들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를 4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카카오뱅크 3.79%, 케이뱅크 5.61%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금리로 집계됐지만 NH농협은행(3.92%), 우리은행(3.94%) KB국민은행(3.97%), SC제일은행(3.98%) 등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케이뱅크는 일반신용대출의 평균 금리가 5%대에 이르렀다. 중금리대출의 주요 고객층인 신용등급 5~8등급 대상의 평균 대출금리도 8.24%로 신한은행(5.51%) 등보다 높았다.
모바일 접근성도 2018년 들어 시중은행들이 모바일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속속 개편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고유한 경쟁력으로 보기 힘들어졌다.
시중은행 고객도 신한은행의 ‘쏠’이나 KB국민은행의 ‘리브’ 등 은행플랫폼 앱을 통해 예금 가입과 대출 등 금융서비스 상당수를 24시간 내내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뒤에도 은행과 직접 경쟁하기에는 여전히 쉽지 않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눈에 띄게 차별화될 요소가 있어야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활기를 띌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높이는 은행·산업 분리정책의 완화부터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완화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소유하는 은행 지분을 최대 10%(의결권 지분 4%)로 제한한다. 카카오뱅크를 주도하는 카카오와 케이뱅크 대주주인 KT도 지분을 각각 10%만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나 KT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자본을 더 투자하려면 다른 주주들의 협조를 반드시 얻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케이뱅크는 2017년 9월 1천억 원을 유상증자한 뒤 5월 안에 1500억 원 규모의 2차 증자 계획을 세웠지만 성사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카카오뱅크도 4월 5천억 원 규모의 2차 유상증자를 마쳤지만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보다 적은 출자액을 제시해 카카오가 실권주를 인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법안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된 것도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에 악재로 꼽힌다. 윤 원장은 학자 시절부터 은행을 비롯한 금융과 산업의 분리 유지에 긍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그는 금융위 민간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았던 2017년 12월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완화와 같은 정책적 지원없이 자본금 부족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