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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그룹의 금융계열사를 지킬 수 있을까?
“대한민국 모든 아빠 엄마 그 한 사람 한 사람 곁에 동부금융이 있습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겪는 와중에도 동부의 금융계열사는 이런 캠페인을 중단하지 않았다.
동부그룹의 모태이자 비금융 핵심계열사인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앞으로 동부그룹이 동부화재 중심의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 김준기, 동부화재 중심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 추진
김준기 회장은 사재출연 요구 등 채권단의 거듭된 자구노력 압박에도 동부화재 등 금융계열사 경영권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들 회사들이 한마디로 ‘돈이 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동부화재는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알짜기업이다. 동부화재는 2013년 순이익 3060억 원을 거뒀고 2014년 상반기 2333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동부화재는 시장점유율 16.2%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에 이어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다. 동부화재는 매년 10조 원 이상의 보험료 수익을 올리며 동부그룹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동부그룹의 금융계열사는 동부화재를 비롯해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저축은행, 동부자산운용 등 5개 회사다.
동부화재는 동부생명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으며 동부저축은행 지분 49.98%, 동부자산운용 지분 55.33%, 동부증권 지분 19.2%도 소유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오너 일가는 동부화재 지분을 31% 가량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 일가는 동부화재를 통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를 지배한다.
동부그룹 계열사 가운데 동부캐피탈은 동부제철이 지분 49.98%를 보유하고 있는데, 산업은행은 이 지분에 대한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부캐피탈은 2013년 20억 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내 매물로서 매력은 다소 떨어진다. 동부화재는 동부캐피탈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동부화재가 동부캐피탈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상징성이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동부화재가 동부캐피탈을 손에 넣으면 보험(동부화재, 동부생명), 자산운용(동부캐피탈, 동부자산운용), 은행과 증권(동부저축은행, 동부증권)을 총망라하는 종합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 동부건설 법정관리, 금융계열사에 미칠 영향
동부그룹 금융계열사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제조분야 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 동부그룹의 제조계열사들과 관계를 끊은 상태다.
동부그룹은 지난 해 7월31일 기준으로 5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었다. 동부생명은 지난해 4월 보유하던 동부건설 지분 3.34%를 동부CNI에 매각하며 지분을 청산했다.
또 동부제철과 동부캐피탈은 지난해 12월 동부생명 지분 6.45%와 4.99%를 동부화재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게 됐다.
동부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더라도 금융계열사들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으로 동부건설 회사채(1360억 원) 가운데 일반투자자 보유분 235억 원을 제외한 1125억 원 어치가 산업은행과 동부화재, 동부생명 등 금융기관의 몫이다.
동부생명 287억 원, 동부화재가 127억 원으로 두 회사의 자산규모에 비춰 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2일 개장한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계열사들의 주가는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동부화재는 직전 거래일보다 100원(-0.18%) 내린 5만4900원, 동부증권은 20원(-0.54%) 내린 3690원에 장을 마감했다.
◆ '부실' 제조사 털고 '알짜' 금융사만 장남에 승계
김 회장은 지난 10월 동부제철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동부제철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김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을 놓고 채권단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채권단은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요구했으나 김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비금융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비금융 구조조정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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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 |
김 회장의 ‘진짜’ 속내는 금융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채권단에 내주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생명과 증권, 자산운용, 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묶어 지주사 형태로 동부그룹을 재편하게 될 것”이라며 “자산과 매출 규모는 현저히 떨어지겠지만 금융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은 만큼 알짜 지주사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채권단의 동부화재 지분 요구를 완강히 거절한 또 다른 이유는 경영권 승계와도 관련이 깊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은 그동안 동부화재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김 부장은 지난해 상반기 동부화재 지분 13%를 보유했다. 그러나 김 부장은 현재 동부화재 지분을 15.06%까지 늘렸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절정에 이르러도 지분을 계속 확대했던 것이다. 김 부장은 김 회장(6.93%)과 장녀 김주원(2.94%) 등을 제치고 동부화재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 회장으로서 재무구조가 부실한 제조업 계열사들을 버리고 그룹의 ‘캐시카우’인 금융계열사 경영권을 장남에게 고스란히 물려줄 수 있게 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부그룹은 일찌감치 금산분리형 지배구조를 구축해 만일의 사태에도 금융계열사를 온전히 지킬 수 있도록 했다”며 “유동성 위기와 별개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알짜인 동부화재와 금융계열사에 대한 2세 경영을 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부금융그룹의 앞날은 밝을까
동부화재는 손보업계에서 현대해상과 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손보업계의 총자산 규모에서 삼성화재가 55조3632억 원으로 업계 1위를 지켰고 현대해상이 26조4613억 원, 동부화재가 26조1486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해상이 동부화재를 다소 앞서고 있지만 두 회사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총자산을 놓고 볼 때 현대해상은 2013년 말에 비해 4.3% 늘어난 반면 동부화재는 12.8% 증가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자산규모 차이는 2013년 말 2조1817억 원에서 지난해 3127억 원으로 줄었다.
매출도 현대해상이 줄곧 동부화재를 앞섰으나 그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원수보험료는 현대해상 9조2399억 원, 동부화재 8조8287억 원으로 격차가 4112억 원이다.
동부화재는 외형에서 현대해상에 다소 뒤지지만 수익성에서 오히려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해 1~11월 손해보험업계 순익 집계에서 동부화재는 4072억 원으로 삼성화재에 크게 뒤지지만 현대해상(2178억 원)을 2배 가까이 앞질렀다.
동부화재의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대신증권은 동부화재 올해 순익이 4천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 강승건 연구원은 “동부화재의 2015년 순이익은 4104억 원(별도기준)으로 전망된다”며 “지난해 자동차보험산업의 손해율이 악화해 2014년 4분기 순이익은 80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고객이탈 조짐 없으나 '평판자본' 축소 우려
동부그룹 제조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지난 한해 동안 계속됐으나 우려와 달리 금융계열사에서 고객 이탈조짐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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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금융네트워크 캠페인 광고 |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동부당진발전과 동부인천스틸의 패키지 매각이 무산되면서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뒤 금융 계열사 고객들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동부그룹 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보험사들의 해약계좌, 신계좌 유입 등을 비롯해 금융 계열사 고객들의 움직임을 체크해 왔으나 흐름상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동부그룹 금융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동부증권 기업신용등급은 'A+', 후순위 금융채 신용등급은 'A'로 유지하면서 '안정적'이었던 전망을 '부정적 검토'로 조정했다.
또 동부저축은행은 기업신용등급 'A-'와 무보증후순위사채 'BBB+'를 유지하되 '안정적' 전망을 '부정적 검토'로 변경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당시 “비금융계열 부분의 리스크가 금융계열 부문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다만 금융회사는 평판자본이 사업영위에서 주요 경쟁우위 요소라는 점에서 비금융계열사의 재무위험은 내재해 있다”고 말했다.
평판자본이란 한 기업의 제품 브랜드와 기업 브랜드에 배어있는 무형의 이미지를 담은 일종의 그림자 자산을 뜻한다.
2013년 동양그룹 부도 당시에도 지분구조상 아무런 관계가 없는 동양생명에서 대규모 고객이탈이 발생했다. 동양생명은 보고펀드에 경영권이 매각돼 동양그룹과 무관한 데도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고객들의 계약해지가 이어져 사명변경까지 검토한 적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보험계약을 섣불리 해약하면 고객들의 피해가 크다”며 “동양그룹 사태 당시의 학습효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고객 동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