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업체들의 중소형 올레드공장 증설 규모가 급감하는 반면 중국업체들의 공격적 시설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중소형 올레드시장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패널업체들의 '양강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LG디스플레이의 입지가 더욱 불안해졌다.
◆ 중국의 공격적 올레드 투자 지속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업체들의 공격적 중소형 올레드 투자로 시장 판도가 바뀌고 있다.
▲ 중국 BOE의 대규모 디스플레이 생산공장. |
시장조사기관 DSCC는 올해 전 세계 패널업체들이 올레드 생산 장비에 들이는 투자금액이 지난해보다 30% 줄어든 11조 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한국 패널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12%로 급감하는 반면 중국기업들의 증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DSCC는 "중소형 올레드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중국의 투자는 2022년까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며 "전체 시장에서 중국업체의 점유율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소형 올레드 증설에 들인 전체 시설투자금액이 약 14조 원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약 10조 원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X 등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부진한 판매량을 보이며 수요가 줄어들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투자계획을 대폭 축소하며 대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공장 가동률은 50% 안팎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무리한 증설의 역풍을 맞아 수익성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 추가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졌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CD업황 악화로 적자 위기에 놓이며 자금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애플 등 고객사에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할 가능성도 낮아져 증설에 나서기가 불안하다.
반면 중국업체들은 디스플레이 출하량을 늘릴수록 중국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기술력이 부족함에도 대규모 투자로 생산공장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DSCC는 중국 BOE가 한국보다 중소형 올레드사업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2020년이면 LG디스플레이를 뛰어넘고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은 2위 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LG디스플레이 입지 더욱 좁아져
올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전 세계 중소형 올레드패널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BOE 등 중국업체들의 양강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전 세계시장에서 90%를 넘는 압도적 시장 점유율과 앞선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업체들의 거센 추격에도 당분간 실질적 위협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수입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중국 패널업체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기술력만 갖춰내도 내수시장에서 충분한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중소형 올레드 2위 자리를 노리던 LG디스플레이는 기술 확보와 수율 안정화에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사업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기술적 문제로 올해 중소형 올레드사업의 핵심 목표로 삼았던 애플의 아이폰용 올레드 공급업체로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아이폰 올레드 공급은 LG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고객사들에 기술력을 인정받을 중요한 계기로 꼽혔는데 시장 진출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시설투자 규모마저 축소하면 입지를 확보하기 더 어려워진다.
LG디스플레이가 LCD와 대형 올레드패널에서 안정적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굳이 전망이 불투명한 중소형 올레드사업 진출을 고집할 이유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사업에서 진전이 없고 자금여력도 부족하다"며 "투자 중단마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