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CGV가 영화표 가격을 인상한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CJCGV는 이번 결정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고정비 때문이라고 강조하지만 일부에서는 투자로 발생한 손실을 영화표 값으로 메우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13일 CJCGV에 따르면 CGV는 11일부터 영화표 가격을 1천 원 인상했다.
CJCGV가 가격 인상을 발표한지 딱 일주일 만인 13일 롯데시네마도 성인 2D영화에 한해 영화표 가격을 1천 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영화업계는 CJCGV가 영화표 가격 인상 계획을 내놓은 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영화표 가격 인상의 첫 발을 뗀 CJCGV의 결정에는 1위 사업자의 배짱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CJCGV는 영화업계에서 1위이자 독점사업자로 영화표의 가격을 올리면 다른 영화관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멀티플렉스 사업자 가운데 CJCGV의 상영관 점유율은 50%에 이른다.
2016년 초에도 CJCGV가 좌석별 가격차등제를 내놓자 “인상계획이 없다”던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결국 이 요금제를 적용했다.
이번 CJCGV의 영화표 가격 인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3일 CJCGV의 가격 인상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CJCGV의 인상은 동종업계 가격 인상의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번 인상정책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7년 사이에 평균 영화관람료의 인상폭은 9.9%로 소비자 물가상승률 5%를 훨씬 웃돈다고 주장한다. 앞서 CJCGV가 내놓은 자료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6일 CJCGV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영화관람료는 7989원으로 2%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 늘었다는 자료를 내놨다.
CJCGV가 지난해 발생한 투자 손실을 소비자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CJCGV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 손실 530억 원과 투자지분 증권 손상차손이 84억 원등 손실을 봤다. 지난해 연결기준 CJCGV 영업이익이 862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금액이다.
CJCGV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원화 강세와 터키 리라화 약세 등으로 터키법인 투자와 관련해 손실이 발생했다”면서도 “실제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것으로 이번 가격 인상 요인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CJCGV는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화표 가격을 올렸다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영화관객 수는 정체한 반면 영화관 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며 “영화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음악, 설비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온 점도 감안해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영화관객 수는 2013년 2억1335만 명에서 지난해 2억1987만 명으로 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CJ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곳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수는 261개에서 354개로 증가폭이 35%나 됐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CJCGV의 영화표 가격 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며 “구조적 성장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사업의 수익은 영화표 판매, 광고, 매점 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영화표 판매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65~70%정도를 차지한다. 매점과 광고의 매출 비중은 각각 17%, 11% 순이다. 영화표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가장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영화표 가격 인상으로 CJCGV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1%, 11.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 등에 비추어보면 영화관람에서 영화표 가격이 미치는 영향력이 높지 않았다”며 “오히려 양질의 콘텐츠, 흥행성 있는 영화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CJCGV의 성과가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