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남긴 말이다.
한미약품은 3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올리타(올무티닙)’ 개발을 중단하면서 현재 개발 중인 신약개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권 사장은 현재 우종수 사장과 함께 한미약품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 한미약품의 연구개발(R&D)부문은 권 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그동안 개발해왔던 신약들은 올해 중요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백혈병 치료제 신약 ‘롤론티스’를 비롯해 20여 개의 신약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롤론티스의 미국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했는데 스펙트럼은 올해 2월 롤론티스의 첫번째 임상3상 결과 1차 지표 달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15년 11월 얀센에 기술수출한 당뇨·비만 치료제 ‘JNJ-64565111(옛 HM12525A)’ 임상은 4월4일 시작됐다.
지속형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신약 ‘트리플 아고니스트(HM15211)’의 임상1상은 조만간 시작된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비만당뇨와 더불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파킨슨병 및 희귀질환인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등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HM43239’와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글루카곤 아날로그(HM15136)’도 곧 임상1상에 들어간다.
2015년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유방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은 최근 치료대상을 확대하는 임상을 새로 추진하고 있다. 4분기에는 ‘포지오티닙’의 임상2상 일정도 끝난다.
한미약품이 2016년 9월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표적항암제 ‘HM95573’의 임상도 하반기에 끝난다.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모든 신약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없다.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신약들은 올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롤론티스 임상3상 중간결과 발표는 좋았지만 한미약품이 2015년 3월 릴리에 기술 수출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HM71224’는 효능이 뚜렷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올해 2월 임상2상이 중단됐다.
여기에 올리타 역시 한미약품이 13일 개발을 포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임상3상을 시작한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역시 임상이 중단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기존 치료제보다 유의미하게 우월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출시는 어려워진다.
권 사장은 신약 개발에서 실패는 감수해야할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권 사장은 최근 한경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실패를 기회로 여기는 문화, 신약 개발이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면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뚜벅뚜벅 걷는 한미약품에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2017년
이관순 전 대표의 후임으로 선임돼 한미약품의 신약개발을 이끌고 있다.
그는 1963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생화학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고 1989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를 시작으로 제약업계에 발을 들였다.
1996년까지 선경인더스트리에서 생물공학팀 과장으로 일하다 1996년 한미약품 연구소로 옮겨 연구소 부소장과 소장, 한미약품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한미약품 대표에 올랐다.
권 사장은 한미약품의 지속형 특허기술인 ‘랩스커버리’ 개발의 주역으로 꼽힌다. 2004년부터 랩스커버리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랩스커버리를 두고 “자식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