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핵심 계열사의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유럽에서 직접 관련업체와 인수합병 또는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의 자동차 부품사업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경제전문지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는 26일 "이 부회장이 석방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며 "그동안 계획했던 대규모 인수합병 등의 기회를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2일 유럽으로 출장을 떠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즈니스 차원의 출장을 간 것"이라며 "며칠 동안 체류할 지, 어느 국가를 방문할 지는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1년 넘는 구속수감 기간 동안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다 첫 출장지로 유럽을 택한 배경에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자계열사가 유럽에서 자동차 부품 고객사 확보를 가장 큰 현안으로 안고 있어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직접 진행하러 간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마무리한 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차량용 통신시스템)에서 협업 성과를 선보이며 고객사를 찾고 있다.
유럽 완성차기업들이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커 이 부회장이 직접 부품 공급 또는 기술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러 나섰을 공산이 있다.
삼성SDI는 독일 폴크스바겐에 전기차 배터리 대량 공급을 앞두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올레드패널, 삼성전기는 자동차용 카메라와 콘덴서 등 부품의 고객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이탈리아 자동차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 사외이사를 맡는 등 유럽 자동차기업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다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피아트크라이슬러 전장부품 계열사 마그네티마렐리 인수합병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아직 박근혜 게이트 재판 상고심을 앞둔 데다 삼성그룹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공식석상에 나서기 부담이 큰 상황에도 유럽 출장을 선택했다.
경영복귀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유럽에서 실제로 협력 성과를 보여줘 주주들에 경영 능력을 증명하려는 목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 축으로 평가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럽 제약회사의 바이오사업 협력 기반을 넓히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시장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유럽 제약회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계속 협력 기회를 찾고 있는데 최근 의약품 위탁개발로 분야를 확장하며 사업 역량을 키울 필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전장부품과 바이오사업은 모두 삼성그룹 계열사의 핵심 성장동력이자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 등에 이 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이전부터 삼성그룹의 대외 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하는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아 온 만큼 이번 유럽 출장에서 거둘 성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석방으로 삼성전자는 1년 가까운 총수 부재 사태를 마감했다"며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과 투자에 속도를 내 새 성장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