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들은 계열사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했는데 박 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맡고 있으며 미래에셋대우 이사회 의장은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투자사 상당수가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는 것과 대조된다. 특히 박 회장이 평소에 투자를 다루는 기업은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강조하던 말과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미래에셋그룹의 최근 움직임에는 이사회의 견제기능을 강화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덩치를 불리고 있는 것만큼이나 함께 커지는 경영 투명성 요구에도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을 구분해 최고경영자와 이사회 의장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도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면서 미래에셋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아직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은 곳은 미래에셋생명뿐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초까지 PCA생명과 통합작업을 진행했던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시기가 다소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통합 미래에셋생명은 3월에 하만덕 부회장과 김재식 부사장의 각자 대표이사체제로 공식출범했다. 김재식 부사장이 미래에셋생명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2월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과 관련된 안건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기존 이사회 구성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래에셋캐피탈이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것만으로 이사회의 견제기능과 경영투명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 정석구 미래에셋캐피탈 이사회 의장 내정자.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미래에셋대우 이사회 의장인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은 거물급 인사인 것과 달리 미래에셋캐피탈 이사회 의장을 맡은 정석구 내정자는 경제부 기자를 오랫동안 했지만 금융권 별다른 인연은 없다.
정석구 내정자는 박 회장의 광주일고 1년 선배로 친분이 두텁다. 박 회장이 사업차 해외에 머물다가도 국내에 들어올 때마다 꼭 만나는 등 긴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박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기용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근 그룹 내부의 시각과 외부에서 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이 사뭇 다르다는 점을 느끼면서 외부 시각을 적극 전해줄 인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언론사 출신 인사를 통해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