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성동조선해양의 존속 혹은 청산 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동조선해양의 기능을 조정해 회생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칫 ‘연명치료’만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조만간 나올 정부의 ‘조선업 혁신성장 추진방안’에 따라 성동조선해양의 존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가 이른 시일 안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때 삼정KPMG의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실사결과를 반영한 조선업 혁신성장 추진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성동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놓여있어 청산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지만 최근 기능 조정을 전제한 회생으로 구조조정 방향성이 잡힐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성동조선해양의 회생을 결정하고 선박수리와 개조 외에 블록(반 정도 조립된 배의 철판)을 생산하는 회사로 바꾸는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에서 일자리 유지와 지역경제 등 산업논리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고 수출입은행도 이런 정부 기조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2017년 12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가 처음으로 열렸을 때도 구조조정 기업의 생사 여부를 결정할 때 기업의 경쟁력과 전체 업황 등을 함께 생각해 여러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다.
은 행장도 1월 기자간담회에서 성동조선해양의 구조조정에 관련된 질문을 받자 “기업이 살 수 있는지와 국민이 납득할 수준인지를 모두 살펴보고 시장과 정책금융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 직원 수는 1240명 정도이지만 경상남도 통영에서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유일한 조선소인 만큼 고용과 지역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2012~2016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역경제에 연간 3600억 원 규모의 파급효과를 주는 것으로 파악됐다.
4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한국GM과 금호타이어 등 구조조정 기업들의 고용 문제가 화두에 오르내리는 점도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청산을 결정하는 데에 부담이 된다.
다만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의 사업구조 개편을 지원하려면 신규 자금을 지원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 ‘혈세 투입’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수출입은행은 2010년 성동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2조2천억 원을 신규로 지원하고 1조 원을 출자전환했지만 현재 회수한 금액은 6천억 원 정도에 머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성동조선해양은 부채가 전체 납입자본금을 넘어선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현재 수주물량도 5척에 머물러 STX조선해양의 16척을 밑돌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형 조선사에 성동조선해양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지만 백 장관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STX조선해양과 합병하는 방안 등도 제시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수출입은행이 2017년 12월에 EY한영회계법인을 통해 실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계속가치(존속가치) 2천억 원으로 집계돼 청산가치 7천억 원을 훨씬 밑돌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출입은행 안에서도 10년 가까이 성동조선해양을 지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점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있다”며 “수출입은행이 정부의 뜻을 따르더라도 신규 자금 지원만큼은 끝까지 배제할 가능성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이 출자전환이나 채무탕감 등을 통해 회생을 지원할 수도 있지만 성동조선해양이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에 실패하면 책임론만 더욱 커지는 부담도 있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과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매년 국정감사 등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은 행장도 2017년 10월 국정감사 현장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성동조선해양의 저가 수주를 금지하겠다는 원칙을 깨고 효과 없는 지원만 계속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