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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남은 기간은 1년이다. 그 안에 그룹의 정상화를 달성해야 한다. 갈 길이 바쁜 박 회장은 책임경영 내세워 경영복귀 절차를 밟고 있다.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사내 등기이사로 신규선임 됐다고 12일 아시아나항공은 밝혔다. 오는 27일 주총에서 박 회장의 이사 선임 건은 승인을 받게 된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박 회장의 복귀에 대해 “핵심계열사를 직접 경영해 그룹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는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이번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2010년 3월 이후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10년 3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박 회장은 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책임을 진다고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등 무리한 M&A로 인해 2009년 말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정상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후 박 회장은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하고 금호타이어의 이사직만 유지한 채 나머지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금호산업 등 4개 주요 계열사의 등기 이사직을 내려놓았다.
박 회장은 이번 아시아나항공 이사직 복귀로 그룹의 주요 계열사 세 곳의 대표이사를 다시 맡게 됐다. 업계에선 박 회장이 사뭇 비장한 각오를 갖고 책임경영에 나설 것으로 본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금호산업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채권단에 “연봉은 단 1원만 받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신이 보유한 그룹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의 지분도 담보로 내걸었다. 박 회장이 가진 금호산업 주식은 약 176만 주로 11일 기준 약 232억2000만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 박 회장의 경영복귀가 오너로서 사실상 마지막 경영참여라고 보는 까닭은 주요 계열사들의 워크아웃과 자율협약 종료일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종료와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종료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졸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09년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채권단 측에 최대 5년 동안 경영권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해 지금까지 4년 동안 경영정상화 과정을 밟아왔다. 박 회장은 올해 마지막 5년 차에 접어들었다. 만약 올해까지 채권단 협약을 이행하지 못하면 계열사가 매각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올해 초부터 워크아웃 졸업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박 회장은 지난 1월18일 오전 산행을 마치고 금호건설 전략경영 세미나에 참석해 “기필코 이번 위기를 극복해 더욱 강하고 힘 있고 멋있는 그룹으로 재탄생하는 제2창업을 이루자”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 초 시무식에서도 “금호타이어는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고 금호산업은 구조조정을 마무리 해 그룹 지주사로서 워크아웃을 졸업하자”고 강조했다.
최근 금호의 분위기는 박 회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588억5500만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12년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526억2400만 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금호산업은 올해 목표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세워놓고 국내 사회간접자본 등 공공사업과 해외수주에 집중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걸림돌은 여전히 있다. 박 회장과 경영권 갈등을 겪었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지난 5년 동안에도 실질적으로 아시아나 항공의 경영을 맡았는데 회사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흑자기록을 이어가다가 2009년 이후 4년 만인 지난해 1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시민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009년 말 박 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 금호산업에 대한 지원 등으로 주주가치 훼손에 앞장섰던 과거가 있다”며 “박 회장을 등기이사로 재선임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 박 회장과 함께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박 회장이 금호산업의 등기이사로 복귀하면서 원일우 금호산업 대표이사와 공동대표를 맡게 됐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아시아나항공도 공동대표체제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