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최고마케팅책임자 (CMO) 사장이 올해 플렉시블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쫓고 쫓기는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액정까지 접히는 폴더블 스마트폰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데 ‘접히는 올레드 패널’이 필수부품이다.
현재로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보적이지만 LG디스플레이도 애플 등 글로벌 제조사를 고객사로 뺏어오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시장에서는 단말기 ‘폼팩터(제품 외형)’의 변화가 중요한 화두로 뽑힌다.
시장이 정체하고 있는 데다 하드웨어와 디자인도 제조사별로 큰 차이가 없다보니 폴더블 스마트폰 정도는 돼야 소비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늦어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ZTE는 지난해 별도의 디스플레이 2개로 이뤄져 본체를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중국 화웨이도 폴더블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술력을 이미 갖췄다고 자신하고 있고 애플 역시 머지않아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성장의 둔화에 직면하자 하드웨어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아이폰X 이후에는 애플도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대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 스마트폰시장 규모가 2020년 1360만 대, 2021년 3040만 대, 2022년 5010만 대에 이르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시장변화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패널회사들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에 가장 필수적 부품이 플렉시블 올레드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히 기술적으로 가장 앞섰다. 글로벌시장에서 플렉시블 올레드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곡률이 1.0R인 플렉시블 올래드 패널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삼성전자와 폴더블 스마트폰을 개발하면서 기술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곡률 1.0R이면 패널을 종이처럼 완전히 접을 수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구현을 위해 요구되는 수준이다.
▲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최고마케팅책임자 사장. |
후발주자인 LG디스플레이 역시 공격적 설비투자로 삼성디스플레이를 뒤쫓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중소형 플렉시블 올레드의 추가 생산능력(CAPA)에 5조 원을 새로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올해까지 곡률 2.5R 패널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내년 곡률 1.0R 수준의 패널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중소형 올레드시장에서 점유율이 2% 안팎으로 미미하다.
중소형 올레드사업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는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선두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중국업체의 추격으로 ‘샌드위치 신세’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급성장이 예상되는 플렉시블 올레드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클 수 밖에 없다.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은 2016년 말부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서 올레드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책임이 무겁다.
여 사장은 1979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한 이후 40년 가까이 디스플레이 연구에 매진해왔다. LG디스플레이 역사상 처음 나온 연구개발(R&D)분야 출신 사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도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사장은 지난해 연말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 세대교체를 위해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발탁됐다. 브라운관을 주력사업으로 하던 삼성전관(현재 삼성SDI)에 입사한 뒤 디스플레이 영업과 마케팅에만 3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에서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데도 대표에 오르는 일이 쉽지 않는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내부출신이 대표에 오른 것도 이 사장이 최초다.
그만큼 이 사장이 ‘영업 전문가’로서 보여온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공격적 영업활동으로 애플이 ‘아이폰X’에 최초로 LCD 대신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탑재하도록 주도한 일등공신으로 꼽히기도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독점구조를 깨기 위해 다른 공급업체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다”며 “가장 유력한 곳이 LG디스플레이인 만큼 두 회사의 신경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