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민주노총 지도부와 차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노총 지도부를 처음으로 만났다. 10여 년간 단절된 사회적 대화 복구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경자 수석부위원장, 백석근 사무총장 등 민주노총 신임지도부와 만났다.
이날 만남은 김 위원장 취임 후 문 대통령과 첫 만남일 뿐 아니라 민주노총 위원장과 대통령 사이를 놓고 보면 10년7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2007년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민주노총과 대통령의 만남은 전혀 없었다.
김 위원장은 전태일 일기 표구본을 문 대통령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신임 지도부 취임을 축하하는 덕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11년 만에 민주노총 지도부를 청와대에서 만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노동존중사회 구현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한 첫 출발은 자주 만나는 것에서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는 “노사정위원장 및 노동부 장관을 노동계 출신으로 임명한 것은 노동계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앞으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만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0월 문 대통령이 초청한 노동계와 만찬에 불참하는 등 새정부 들어서 계속 대화를 거부해 왔다. 문 대통령이 노정관계 개선을 위해 민주노총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출범 이후 20년 만에 가장 진지한 기대 속에서 만난다”며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일하는 사람을 위한 나라다운 나라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 문제가 매우 심각해 미조직·미가맹 노동자들의 어려움 해소를 위해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남북 화해무드에 따라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민주노총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안착과 근로시간 단축에 민주노총의 적극적 협조를 당부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대화를 조속히 복원하고 1월 중 노사정대표자 회의를 출범하도록 기대를 나타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1월 안에 노사정대표자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제안한 노사정대표자 회의는 24일로 계획돼 있었으나 민주노총은 불참을 통보했다. 민주노총이 참석으로 돌아서면서 일정이 다소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사회적 대화를 위한 적극적 의지를 보였다. 근로시간 단축입법 추진 우려와 장기투쟁 사업장의 조기 해결도 건의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보다 앞서 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나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했다. 양대 노총을 함께 만날 수 있었지만 그동안 민주노총이 대화에 나서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단독면담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등 임원 8명과 산별연맹 대표자 24명과 8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꽃다발과 한국노총이 제작한 벽시계를 선물로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 파트너인 노동계를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노동존중사회 구축은 노사 모두 협력이 필요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적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산입범위 등을 놓고 현장의 우려를 전달하며 “노동기본권 신장을 위해 법제도 개선과 노사정 대화가 활성화돼야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한국노총의 오찬 메뉴는 노사정이 합심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홍어삼합, 삼색 야채 밀쌈, 삼곡 영양밥, 삼색 야채 된장국으로 구성됐다. 홍시즙과 두텁떡, 전통차가 후식으로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