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과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붙을 수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날 이 부회장이 권 회장 보유주식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는 공시를 낸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권 회장과 체결했던 ‘주주간 계약 제8조’에 따른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권 회장이 내놓은 주식 1324만4956주(18.76%)를 매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이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은 지분율이 기존 14.00%에서 32.76%으로 올라 KTB투자증권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되고 권 회장은 24.28%에서 5.52% 내려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이 부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 대표이사 취임을 앞둔 당시 각자 들고 있는 주식에 상호양도제한 및 우선매수청구권, 매도참여권을 함께 보유하기로 하는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상호양도제한이란 서로 주식을 팔고 싶을 때 상대방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우선매수청구권이란 한 사람이 주식을 팔 때 다른 상대방이 그 주식을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매도참여권이란 한 사람이 제 3자에게 주식을 팔 때 다른 상대방 역시 동일한 가격으로 제3자에게 보유지분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19일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제3자에게 팔 것이라고 이 부회장에게 통보하면서 ‘주주간 계약’에 따라 이 부회장도 보유한 주식을 함께 팔 것인지(매도참여권 행사) 혹은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것인지(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의사를 물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보유한 주식을 팔지 않을 것이며 권 회장이 제3자에게 팔려고 하는 그 주식들을 모두 매입하겠다는(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의사를 지난해 12월29일 권 회장에게 밝혔다.

그러나 권 회장은 공시가 난 뒤 곧바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거래가 성사되기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못할 것인 만큼 이 부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는 결국 효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청구권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주식 매수거래가 종결되려면 이사회 변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권 회장 측 이사 3명이 사임서를 제출하고 권 회장이 자발적으로 주주총회를 열어 공석인 3명의 이사 선임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 부회장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사들이 물러나는 것은 권 회장과 권 회장 측 이사들의 의지에 달려있고 권 회장은 이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은 이사회 변경은 우선매수청구권과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을 둘러싸고 계약조항 해석과 관련해 법적 공방까지 이어져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권 회장이 지난해 12월19일 KTB투자증권 지분을 팔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28일까지 KTB투자증권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는데 이를 두고 권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지분을 호락호락하게 넘기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이 부회장이 현재 3625원(2일 종가기준)에 거래되고 있는 KTB투자증권의 주식을 한 주당 5천 원에 사는데 부담을 지게 하기 위해서 매각할 주식 규모를 키웠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12월에만 11차례에 걸쳐 KTB투자증권 지분을 매입했다.  

이 부회장이 매도청구권을 행사해 136억 원의 차익을 당장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고 662억 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줄은 권 회장이 몰랐을 것이라는 추측도 함께 제기된다. 

권 회장이 보유한 모든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5.52%를 남겨둔 점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권 회장이 아예 KTB투자증권의 영향력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의 복안대로 일이 진행됐다면 권 회장의 우호세력인 제3자가 지분 18.76%를, 권 회장이 5.52%를 보유해 이 부회장의 영향력(14%)을 제압할 수 있었다. 

권 회장은 검찰수사 등으로 입지가 위태로운데 권 회장이 지분 모두를 들고 있는 것보다 이런 방식으로 지분을 분산해 놓는 것이 당분간 더 안전하다는 말도 나온다.

권 회장이 지난해 8월부터 특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부회장이 KTB투자증권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둘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