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이 그동안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던 주택사업에서 내년에는 고전할 수도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라 주택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년 분양물량과 입주물량이 동시에 쏟아지기 때문이다.
▲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아파트 분양물량은 주택시장 호황기 수준인 40만 가구를 넘고 입주물량은 1997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파악된다. |
26일 부동산114가 2018년 민간아파트 분양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분양물량은 2015년 주택시장 호황기 때 분양됐던 물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산114는 20일 기준으로 민간건설사들의 내년 아파트 분양계획을 조사했는데 모두 409개 사업장에서 41만7786가구가 분양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2017년 5년 동안 평균 분양물량인 30만7774가구보다 35.7% 많은 것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규제 완화정책을 펴 주택시장이 호황을 맞이했던 2015년에 분양된 43만4384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하려던 물량을 내년으로 이월하면서 분양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애초 건설사들이 세웠던 올해 분양계획은 약 30만 가구였으나 27만 가구를 분양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사별 분양물량을 살펴보면 GS건설이 2만9285가구로 가장 많다.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도 2만 가구 이상을 분양하고 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1만 가구 이상을 분양한다.
대형건설사들이 호황기 수준의 분양계획을 세워놓은 것을 놓고 내년에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날 수도 있다는 말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6월부터 다섯 차례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는데 정책의 초점은 대부분 수요억제에 맞춰져 있다. 특히 중도금 집단대출 관련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에 아파트분양에서 예전과 같은 ‘완판’ 행렬이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10월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을 수 있던 중도금대출 보증한도가 기존 6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줄었고 보증비율도 90%에서 80%로 낮아졌다.
은행들도 과거와 달리 건설사에 중도금 집단대출 은행으로 선정해달라는 요구에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요자들이 자금마련에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설사의 대규모 분양행렬이 흥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건설사들이 대비해야 할 것은 분양관리뿐만이 아니다.
내년 입주물량은 20년 만에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징조를 보일 경우 분양계약자들이 입주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어 입주관리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모두 43만9611가구로 올해보다 14.5% 늘어난다. 1997년 43만2128가구 입주물량을 보인 뒤 최대 규모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시점보다 입주 예정시기의 집값이 많이 떨어질 경우 주택계약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은 과거 2006년부터 2~3년가량 주택사업 호황 덕에 주택분양을 크게 늘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하락하면서 입주포기자가 속출해 공사대금 회수에 애를 먹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