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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왜 무산됐나

장윤경 기자 strangebride@businesspost.co.kr 2014-11-19 17: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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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왜 무산됐나  
▲ 30일 경남 거제삼성호텔대연회장에서 열린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기업설명회에서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왼쪽)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애널리스트 질의에 답하고 있다.<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됐다.

합병을 발표할 때부터 시너지보다 부실이 더 커진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결국 이 우려를 씻어내는 데 실패했다.

국민연금은 합병을 의결한 주주총회에서 기권표를 행사해 합병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길을 열어놓았다.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일까지 두 회사의 주가가 오르지 않자 결국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런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합병을 발표한 9월1일부터 두 달 반 동안 기업설명회 등을 열어 합병의 시너지를 강조하는 등 시장을 설득하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삼성중공업은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박중흠 사장은 개인적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주가를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나 두 사장의 이런 노력은 허사로 끝났다. 12월 삼성그룹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두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쏟아져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7일까지 신청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해 합병계약을 해제한다고 19일 밝혔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9025억 원으로 매수대금 한도인 9500억 원을 초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7063억 원으로 애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인 4100억 원을 무려 72% 가량 초과했다.

두 회사가 주식매수대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액수는 1조6299억 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두 회사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협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향후 합병을 재추진할 지는 시장상황과 주주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 합병 무산의 결정적 원인은 국민연금 설득에 실패한 점이 꼽힌다.

국민연금은 3분기 말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24%와 삼성중공업 지분 4.99%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 전량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면 그 규모는 삼성중공업 3111억 원, 삼성엔지니어링 1274억 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합병을 결의한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대해 기권표를 던졌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 신청마감일까지 주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 신청마감일인 17일 두 회사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밑돌았다. 결국 국민연금을 비롯해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들도 대거 동참했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낮은 상태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청구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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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대표(왼쪽)와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대표

◆ 합병 시너지 설득 실패


물론 합병을 통한 시너지와 비전에 대해 두 회사가 주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점도 합병 무산의 요인이다.

두 회사는 ‘육상과 해상을 모두 아우르는 초일류 종합플랜트 회사로 도약’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두 회사는 합병을 선언하면서 “미래 핵심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해양 플랜트분야에서 초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초일류 플랜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합병해 매출 기준으로 2013년 약 25조 원에서 2020년 40조 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삼성엔지니어링은 육상플랜트에 주력해 서로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합병 뒤 시너지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게다가 두 회사 모두 부채비율이 높고 최근 조선업계의 시황이 불안한 점도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시너지로 강조한 해양플랜트사업은 셰일가스 등의 영향으로 발주가 급격히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건조경험과 기술력 부족으로 올해 5천억 가량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면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됐다.

특히 설계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두 회사가 합병만으로 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두 회사의 합병이 시너지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를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시장에 폭넓게 자리잡았다.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는 삼성전자(12.6%)인데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통해 합병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 주주 설득 위해 동분서주한 박대영과 박중흠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9월1일 합병을 결의한 뒤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박대영 사장은 합병법인의 재탄생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회사이름을 ‘삼성조선해양’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 사장은 지난 9월30일 공동기업설명회를 열어 시너지를 강조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전개했다.

박대영 사장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부채 총계가 17조8천억 원까지 늘어나겠지만 자본총계도 신주발행 등을 통해 8조원 수준으로 늘어나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6월 말 기준으로 보면 합병회사의 부채비율이 223%"라며 "이는 기존 삼성중공업의 단독 부채비율 226%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득했다.

이와 함께 주가를 높이기 위해서 온힘을 쏟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9일 2886억 원을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지난달 22일 2억6700만 원을 들여 자사주 4600주를 매입한 데 이어 지난 13일 또 3400주를 사들였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왜 무산됐나  
▲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 흔들리는 박대영 박중흠 입지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박대영 사장과 박중흠 사장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삼성그룹은 12월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있는데 합병 무산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두 회사는 경영실적이 악화하면서 그룹 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았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두 회사의 경영진을 긴급소집해 합병 진행상황을 보고 받고 합병에 차질이 없도록 주가와 실적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대영 사장은 올해 초에도 실적부진 때문에 위기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취임해 삼성중공업의 ‘2020년 매출 31조 원’ 목표를 실현할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직전년도에 비해 24.2%나 떨어졌다. 2009년 이후 4년 만에 1조 원 이하로 추락했다. 지난해 4분기 17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362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박중흠 사장은 삼성중공업 출신으로 지난해 8월 삼성엔지니어링에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실적이 악화되자 구원투수로 발탁됐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이뤘고 올해 3분기까지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또 최근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의 기본설계를 따내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커 합병이 무산된 만큼 합병 무산의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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