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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이 된 레노버의 인수합병 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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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 |
레노버는 한때 중국의 PC제조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레노버는 더 이상 중국기업이 아니다.
레노버는 2005년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 PC제조 분야의 역량을 발전시켜 스마트폰을 비롯해 여러 하드웨어 제품들과 서버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레노버는 이미 PC시장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3분기에 태블릿PC와 PC를 합친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모토로라와 IBM의 x86서버사업을 인수해 서버시장에서도 세력을 키웠다.
레노버는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한 뒤 본사까지 미국으로 옮기는 파격적 변신을 시도했다. 그뒤 미국 일본 브라질 등 여러 국가의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레노버는 중국기업을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인수합병을 선택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과 사람과 브랜드를 얻었다. 레노버는 이런 인수합병을 성공시키기 위해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꿔내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다.
◆ 30년 만에 이룬 레노버의 급성장
레노버는 1984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촌에서 11명의 중국과학기술원 출신들이 만든 작은 기업으로 출발했다.
레노버는 1987년 IBM과 판매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로소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레노버는 1990년 자체 브랜드 PC인 286컴퓨터 레전드PC를 출시해 PC제조업체로 탈바꿈했다. 그뒤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컴퓨터를 개발해 중국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레노버는 1997년 마침내 중국PC시장에서 1위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양위안칭 회장은 2001년 CEO가 된 뒤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2003년 글로벌시장 진출을 앞두고 회사의 이름을 레전드(Legend)에서 새로움을 뜻하는 라틴어(novo)를 추가해 레노버(Lenovo)로 바꿨다.
레노버가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린 결정적 계기는 2005년 IBM의 PC사업부 인수였다. 레노버는 이를 통해 IBM의 인력 8700명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우수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레노버는 본사도 아예 IBM PC사업본부가 있던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모리스빌로 이전했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에 나섰다.
레노버는 2011년 일본 NEC와 조인트벤처를 만들고 독일과 브라질에서도 PC 기업을 인수했다. 2012년 미국 스톤웨어를 사들이면서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는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레노버는 올해 IBM으로부터 서버사업을 인수하면서 개인시장(B2C)에 이어 기업시장(B2B)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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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이 된 레노버의 인수합병 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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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 |
◆ 레노버가 인수합병에 나선 이유
레노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핵심요인은 중국시장을 먼저 장악해 체력을 키운 다음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늘린 데 있다.
레노버는 이런 전략으로 첨단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낭비를 줄였다.
레노버는 1990년 처음으로 차제 브랜드 PC를 만들었다. 그뒤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는 PC를 제작해 IBM이나 델이 장악하고 있던 중국 PC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레노버는 1990년대 중반 중국 소비자들의 컴퓨터 응용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누구나 쉽게 조작이 가능한 실용적 제품을 만들었다. 이 제품은 소비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 내면서 1997년 레노버를 중국 PC시장의 1위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양위안칭 회장은 2001년 레노버 CEO가 된 뒤 레노버를 글로벌 IT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었다. 그러나 브랜드가 문제였다. 고심하던 양위안칭 회장은 인수합병(M&A)으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레노버는 IBM PC사업 인수 뒤 세계 여러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TV까지 하드웨어 전문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 뒤 스마트폰사업에서도 세계 3위에 올랐다.
양위안칭 회장은 세계시장에서 선두에 있는 기업들이 거의 포기한 사업부문을 저가에 인수해 몸집을 키운 다음 질적 성장을 이루는 전략을 세웠다. 이런 전략은 이미 IBM PC사업 인수로 유효성이 입증됐다.
레노버는 인수합병을 통해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메이드인 차이나 브랜드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떨쳐내는 데 성공했다.
글로벌시장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 놓는다 해도 중국산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면 그 가치는 평가절하되는 게 현실이었다.
양위안칭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브랜드를 사들여서 중국기업이 아닌 다국적기업의 이미지를 확보했다.
◆ 글로벌기업 혁신을 낳은 수평적 기업문화
레노버는 혁신을 PC+ 시대(PC 외의 제품들에도 주력해야하는 시대) 사업성공의 관건으로 본다. 이에 따라 기업문화에서도 혁신을 강조한다.
레노버는 내부에 독특한 혁신체제를 갖추고 있다. 양위안칭 회장은 매월 한 번씩 혁신연구 토론회를 열고 매년 한번씩 레노버 기술전망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직원들의 혁신 아이디어를 모은다.
양위안칭 회장은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업문화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그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혁신이 가능하다고 봤다. 대표적 사례가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게 하는 일이었다.
양위안칭 회장과 임직원은 일주일 이상을 로비에서 직원들을 맞이하며 악수를 하고 직위가 아닌 이름을 불러달라고 당부했다.
레노버 경영진들은 직위로 서로 부르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엄포를 놓아가며 회사 내에서 이름을 부르도록 했고 마침내 수평적 조직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했다.
레노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기업의 고질적 병폐였던 계급문화를 없앴다.
이런 노력은 레노버가 중국기업에서 벗어나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레노버가 활발한 인수합병을 성공으로 이끈 바탕이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