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정수기 렌탈사업을 재개할 때를 드디어 만났다. 윤 회장은 ‘가전렌탈’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웅진코웨이 신화를 썼다.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 매각계약에 따른 겸업금지 조항에 매여 때를 기다리다 내년 사업재개를 눈앞에 두고 국내외시장을 동시에 주목하며 다시 뜻을 펼 준비를 마치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19일 “국내에서 정수기 렌탈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상반기 안에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 매각 당시 코웨이가 진출한 국가에서 정수기 판매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5년 겸업금지’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기 때문에 웅진은 2018년 1월까지는 정수기 렌탈사업에 진출할 수 없었는데 곧 겸업금지가 끝난다.
윤 회장은 겸업금지가 끝나는 시점을 고려해 2015년 6월 웅진에버스카이 만들고 지난해 터키에서 ‘에버스카이’라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 한국형 정수기 렌탈사업 시작했다.
윤 회장은 기업회생 절차에서 벗어난 웅진그룹의 재건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2022년까지 변제할 기업회생채무는 지난해 대부분 갚아 부담도 덜었다.
그동안 윤 회장은 주력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을 통해서도 콘텐츠 렌탈사업을 펼쳐 렌탈사업 달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태양광사업도 하고 있고 화장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웅진그룹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사업은 정수기 렌탈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코웨이 신화를 만든 장본인인 만큼 웅진의 정수기 렌탈사업 재진출은 정수기업계를 긴장하도록 만든다.
윤 회장은 1989년 웅진코웨이의 전신인 한국코웨이를 설립하며 정수기 사업에 진출했다.
처음부터 렌탈사업을 했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로 설립된 지 불과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시련이 닥치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렌탈’이다.
경기가 어려운데 100~200만 원대 고가의 정수기가 잘 팔릴리 만무했다. 윤 회장은 “어차피 팔리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빌려주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렌탈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웅진코웨이는 10만 원대 설치비를 내고 한달에 4~6만 원대 금액으로 정수기를 렌탈해줘 큰 호응을 얻었다.
렌탈사업을 시작하고 1998년 웅진코웨이는 영업이익 30억 원을 냈다.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64억 원으로 여업이익이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윤 회장은 무리한 인수합병 여파로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눈물을 머금고 2013년 1월 알짜기업인 웅진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넘겼다.
웅진코웨이는 2012년 기준 매출 1조8068억, 영업이익 2278억 원을 올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