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7-10-10 15: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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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정부의 한국 가전업체를 상대로 한 통상압박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 회사가 미국에 대규모 투자계획도 마련해두고 있는 만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발동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왼쪽)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1일 산업부, 외교부 관계자들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발동을 놓고 대책회의를 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5일 두 회사의 세탁기가 미국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판정한 데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향후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국내 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에 관세부과, 수입량제한 등 제재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가전공장을 설립할 계획을 세운 점을 강조해 미국정부의 압박을 최대한 완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5일 삼성전자 미국 뉴스룸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미국 내 가전공장을 설립해 미국인들이 만든 세탁기를 미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조치로 향후 이 공장의 설립과 운영이 중단되면 미국 소비자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약 3억 달러를 들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약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각각 세탁기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두 공장을 합하면 2019년부터 미국에서 약 1600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가전공장 운영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 입장에서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LA타임스는 주정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관세부과로 LG전자나 삼성전자의 미국 점유율이 하락한다면 기존보다 적은 수의 미국 노동자들을 고용하게 될 것”이라며 “혹은 아예 (공장구축) 계획을 원점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세탁기를 구매할 때 선택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적극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미국 세탁기시장에서 각각 점유율 17%, 14%를 차지했다. 두 회사의 세탁기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덕분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이프가드가 발동돼 국내업체들의 세탁기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들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외신들도 세이프가드 조치가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비평가들은 미국정부의 무역조치로 미국 소비자들이 가격부담을 떠안고 혁신적인 제품을 고안해낸 외국기업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한국기업의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매체 더힐도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판정 발표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들은 정부가 아니라 스스로 어떤 세탁기 브랜드를 사용할 것인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상식에 근거해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압박 기조에 따라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세탁기 외에도 국내 태양광, 철강, 자동차산업에 전방위적인 ‘통상압박’을 가하고 있다. 4일부터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개정된다면 국내 자동차, 기계, 철강업계가 관세부과에 따른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19일 2차 구제조치 공청회를 열고 21일 구체적인 제재 방법과 수준을 결정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월4일까지 관련 사항을 전달받고 60일 이내에 최종결정을 내리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