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이 특수강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세아베스틸이 군림하던 특수강시장에 현대제철이 등장하면서 앞으로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왼쪽)과 이태성 세아베스틸 대표. |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하반기부터 자동차용 특수강 양산에 들어갔다. 내년까지 전략 40개 품종부터 완전 양산체제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지속적으로 새 특수강 제품의 승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자동차용 특수강 전체 품종으로 양산 품목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의 주요 부품사에 특수강을 공급한다. 차대를 직접 공급하는 데 이어 부품사까지 고객을 늘리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수직계열화를 한층 더 강화했다.
세아베스틸은 전체매출의 20% 정도를 현대기아차에서 내는 만큼 현대제철이 앞으로 자동차용 특수강 품목을 늘리게 되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현대제철은 우선 자동차용 특수강에만 집중하겠지만 추후 필요에 따라서 다른 특수강 품목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대제철이 다른 분야까지 진출한다면 국내 특수강시장에서 세아베스틸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는 세아베스틸의 특수강 생산기술이 높아 당장 큰 피해를 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수강은 종류가 많고 원하는 만큼 제품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아베스틸은 높은 기술을 기반으로 현재 국내 특수강 전체물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진출에 곧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기술개발과 해외판매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아베스틸은 6월 고청정베어링강, 열처리저변형강 등 6대 특수강 특화제품을 선정하고 내년 생산을 목표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열처리저변형강의 경우 자동차 변속기에 쓰이는 제품인 만큼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특수강 진출에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아베스틸은 수출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현대기아차 의존률을 떨어뜨리고 있다. 해외에 물량을 늘리고 국내는 품질을 높이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특수강시장 판도는 세아베스틸이 해외진출과 품질향상으로 선방할지, 현대제철이 계열사 물량을 기반으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 기로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