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8’이 초반 예약판매에서 이전작보다 크게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가모델 ‘아이폰X’ 양산도 예정보다 계속 늦어지고 있어 흥행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워지고 있다.
애플에 매출의존도가 높은 LG이노텍과 서울반도체 등 국내 주요 부품업체까지 타격이 확산되는 ‘애플 쇼크’가 재현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블룸버그는 21일 증권사 로젠블라트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 아이폰8의 초반 예약판매 수요가 이전작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며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미국 등 주요국가에서 진행된 아이폰8의 예약판매량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최대 온라인몰 JD닷컴의 판매량은 아이폰7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로젠블라트는 “11월 출시되는 아이폰X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을 고려해도 초반 판매량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아이폰X의 빠른 공급확대가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아이폰8 시리즈를 외면하고 아이폰X 출시를 기다리는 것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아이폰X의 공급확대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증권사 레이먼드제임스가 애플 부품업체들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종합해 아이폰X의 양산이 예상치 못한 공정문제로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최종양산에 들어가려면 10월 중순 정도가 돼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애플은 9월 중 아이폰X 양산 시작을 계획하고 출시일을 11월 초로 결정했는데 계획이 한달 정도 더 늦춰지며 스마트폰 최대 성수기인 연말 수요를 거의 대부분 놓칠 수도 있는 위기에 놓였다.
애플에 매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아이폰 판매량이 부진할 때마다 실적과 주가가 모두 하락하는 타격을 받았다. 올해는 아이폰 신제품의 흥행으로 급성장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애플에 카메라모듈과 아이폰X용 3D카메라 등 신규 고가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 주가는 21일 장중 전일보다 4% 이상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 가운데 애플 매출비중이 가장 높아 그만큼 타격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8의 백라이트를 공급하는 서울반도체와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 LG화학 주가도 약세다. 아이폰X 기판공급사로 알려진 삼성전기와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주가도 장중 큰폭으로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애플 이외 고객사가 다양한 반도체기업의 주가는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X 올레드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의 경우 애플에 공급확대를 위해 카메라모듈 신규공장 투자에도 나설 만큼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데다 3D카메라 등 일부 부품의 고객사가 아직 애플로 한정돼 있어 부담이 더 크다.
포브스는 대만 KGI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아이폰X에 탑재된 3D카메라를 이용한 얼굴인식기능은 다른 기능으로 대체되며 차기작에 탑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아이폰의 흥행전망이 어두워지며 무라타 등 일본 부품업체들의 주가도 이날 일제히 하락세를 겪고 있다. 애플 쇼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재팬디스플레이와 같이 애플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다 부품주문이 급격히 줄어드는 애플 쇼크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기업의 사례를 유의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