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신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가 환경영향평가에서 2차례나 재심의 결정을 내린 데다 성수동 레미콘 공장 이전, 기아자동차 통상임금소송도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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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애초 2016년 말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착공하려고 했으나 심의절차가 지연되면서 착공과 완공 계획을 탄력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4년에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사들였고 2021년까지 2조5721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7년 5월 말에 이어 최근에도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환경영향평가서를 놓고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고 있지만 2017년 안에 인허가 절차를 완료하고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착공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서울시와 삼표산업이 성수동 레미콘 공장 이전을 놓고 갈등을 벌이면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짓는 데 발목을 잡혔을 수 있다.
서울시는 현대제철 소유의 성수동 땅에 위치한 삼표산업의 레미콘 공장을 이전하려 했으나 삼표산업은 이전에 반대하며 버티기를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성수동 공장 이전 문제에서 서울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서울시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사돈기업인 삼표그룹 설득에 나설 수도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는 1995년 결혼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인허가 절차를 마친 뒤에도 막대한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놓고도 말이 나온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는 컨소시엄 참여비율에 따라 옛 한전부지 인수비용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공사비용 등을 각각 50%, 25%, 20% 부담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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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 |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부진이 깊어지면서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부품 계열사도 실적악화를 겪고 있어 현대차그룹 투자여력은 예전만 못하다.
특히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2017년에 대규모 적자를 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면 기아차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통상임금 확대로 인건비 부담이 늘 수 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31일 1심 판결이 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입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이른 시점에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데다 여러 이해관계가 엮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아차가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지만 글로벌비즈니스센터 투자는 완공시점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은 정몽구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2017년 신년사에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 신사옥을 차질없이 추진해 새로운 미래도약의 초석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