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희 국세청장이 대기업의 변칙적인 상속·증여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예고한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와 함께 재계의 변화를 압박하는 두 축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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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희 국세청장(왼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한승희 국세청장은 29일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탈세를 바로잡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임무”라며 “고의적 탈세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를 향해 쓴소리도 했다. 한 청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대기업, 대재산가의 변칙적인 상속·증여는 그 과정을 면밀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기업자금의 불법 유출과 사적 이용,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등 지능적 탈세를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청장은 26일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도 “대기업·대재산가의 편법 상속과 증여 등 변칙적 탈세행위는 국세청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적 투입해 반드시 바로잡아가겠다”고 밝혔다. 취임사에서 재계를 겨냥한 발언을 반복한 것은 이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한 청장은 국세청의 대표적인 조사통으로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함께 재계에서 무서워하는 인사로 꼽힌다. 국세청 조사기획과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등을 지내며 고액 자산가나 대기업의 지능적 탈세를 적발해 왔다.
그러잖아도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등장으로 재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한 청장이 취임 일성에서 대기업의 상속·증여 등을 찍어 지목하면서 재계의 긴장수위는 한층 높아지게 됐다.
한승희-김상조체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제다. 일감몰아주기 관련 규제는 국세청과 공정위 양쪽에 연관돼 있어 조만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감몰아주기는 총수 일가가 주요 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공정거래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규제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일 인사청문회에서 “일감몰아주기나 부당 내부거래는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23일 4대그룹 간담회에서도 일감몰아주기 정책을 주로 설명하면서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최영록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26일 “국정기획자문위와 일감몰아주기 등 변칙적 행위에 과세를 강화하는 부분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이뤄지면 주무부처인 국세청과 공정위는 조사·감시 수위 역시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 청장과 김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81학번 동기다. 두 사람은 대학 2학년 때인 1982년 제26회 행시 1차시험을 나란히 통과했지만 2차에서 불합격했다.
이후 한 청장은 행시에 재도전했고 김 위원장은 행시를 포기해 각자 공직과 교직으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사정기관 수장으로 함께 활동하게 돼 남다른 인연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