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기술력을 빠르게 높이며 앞서나가자 대만 TSMC 등 글로벌 경쟁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위탁생산시장에서 시설투자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도 기술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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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
1일 전자전문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올해 3분기부터 반도체 위탁생산 신규공장의 착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0나노와 7나노 미세공정 전용공장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완공된 새 공장에도 하반기부터 장비반입이 시작된다. TSMC는 올해 10나노 반도체 생산능력을 웨이퍼 기준 연간 40만 장 규모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격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10나노 공정개발에서 TSMC보다 앞서 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양산을 시작한 10나노 반도체를 올해 3월까지 약 7만 장 출하했다고 밝혔다.
TSMC는 최근 사업설명회에서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하며 “올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놀랄 만한 금액을 들일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우리의 경쟁사로 자리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의 이런 발표는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파운드리포럼’을 열고 매우 공격적인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 확대계획을 내놓은 지 이틀만에 나온 것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포럼에서 현재 10나노 기술을 넘어 내년부터 7나노, 2020년에 4나노까지 발전한 공정기술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작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져 원가를 절감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위탁생산사업부를 시스템반도체 설계조직과 분리하는 조직개편도 실시한 뒤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 시설투자계획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TSMC와 10나노 기술경쟁에서 앞서나가며 자신감을 찾자 공격적인 신공정 도입계획을 내놓은 것”이라며 “수년만에 위탁생산 투자도 확대하며 글로벌 위탁생산시장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위탁생산시장에서 50.6%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켜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9%로 4위에 그쳐 격차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수년 동안 삼성전자가 위탁생산 공정기술을 빠르게 발전하며 퀄컴 등 기존 TSMC의 주요 고객사를 빼앗아오자 TSMC는 적극적으로 맞대응하며 강력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TSMC는 사업설명회에서 내년 상반기 도입하는 7나노 공정의 위탁생산 고객사를 이미 12곳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2019년에 세계최초로 5나노 공정을, 이어서 3나노 공정을 선보이기 위해 이미 초기 개발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TSMC는 삼성전자와 맞경쟁에 자신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더 앞선 공정계획을 내놓았다”며 “선두를 지키는 데 점점 위협을 느끼자 조급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아직 위탁생산 시장지배력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투자효과가 본격화할 경우 급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위탁생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기존 위탁생산 강자들이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에 위협을 느껴 대규모 투자확대로 선제방어에 나선 만큼 후발주자로 성과를 내기가 예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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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스 창 TSMC 회장. |
글로벌 위탁생산 2위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도 최근 중국의 생산공장에 약 11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이어 일본 생산공장의 규모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그동안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을 도입해 라이선스비를 내고 사용하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7나노 공정을 자체개발해 도입하며 기술경쟁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로 했다.
TSMC는 주로 모바일반도체를, 글로벌파운드리는 자동차반도체를 위탁생산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고객사가 대부분 겹친다. 인텔도 위탁생산사업 진출시기를 조율하고 있어 잠재적으로 막강한 경쟁자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아직 위탁생산사업에서 상대적으로 규모의 경제효과를 갖추지 못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고객사도 퀄컴 등 일부업체에 그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투자를 서두르고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해 위탁생산 고객사기반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전문매체 EE타임즈는 “위탁생산기업들의 투자경쟁이 이어지면 고객사들의 가격인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생산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 자금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