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와 동화면세점 대주주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4월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동화면세점 주식 35만8200주(19.9%)에 대한 처분금액 716억 원과 10% 가산금 72억 원을 더해 788억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주식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주식 일부도 가압류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주식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

호텔신라는 2013년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지분 19.9%를 600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3년 뒤 김 회장에게 동화면세점 지분을 매도할 권리를 갖도록 하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동화면세점 지분 30.2%에 대해 질권설정을 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김 회장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미 계약에 따라 담보로 맡겨놓은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고 통보한 만큼 주식매매대금 반환의무는 계약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호텔신라 측은 김 회장이 채무변제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김 회장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동화면세점 측은 여전히 김 회장이 주식 재매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계약대로 담보로 설정한 지분을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동화면세점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식매매대금을 반환하라고 주장하는 행태는 대기업의 힘을 앞세운 전형적인 횡포나 다름없다”며 “호텔신라는 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해 마치 김 회장의 사정을 감안해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신세계와 동화면세점 간 매각협상이 진행될 당시 호텔신라가 신세계의 면세점사업 진출을 막기 위해 김 회장 측에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소송과는 상관없는 여론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