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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
삼성전자가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MS워드’로 바꾸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체개발 프로그램인 ‘훈민정음’을 사용하면서 겪었던 불편이 줄게 됐다.
삼성전자가 내년 1월1일부터 사내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MS워드’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정음 글로벌’은 3개월 동안 MS워드와 병행사용을 거친 뒤 사용을 중단하는 수순을 밟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사내 집단지성시스템인 ‘모자이크(MOSAIC)’에도 문서 공동편집기능을 적용하고 MS워드와 호환이 되도록 바꾸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MS워드 사용으로 글로벌 협업이 한결 수월해질 것을 기대한다. MS워드는 세계 90% 이상을 독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해외 협력사와 사업할 경우 비공식적으로 MS워드를 대신 쓰는 일도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삼성전자 임직원 수는 28만 명에 이른다. 협력사 직원들까지 합치면 수십만 명이 MS워드를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한글로 작성된 문서는 스마트기기와 호환하는 과정에서 업무처리가 불편했다”며 “이번 조치로 세계에 있는 협력사와 협업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개인용 컴퓨터(PC) 제품용으로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훈민정음’을 개발했다. 1994년부터 공식적으로 사내 표준 문서작성 프로그램으로 훈민정음을 사용해 왔다. 그 뒤 지속적 업그레이드를 통해 ‘정음 글로벌’이라는 명칭을 새로 붙였다.
그러나 정음 글로벌은 업무에 자주 사용하는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 다른 MS오피스 프로그램과 호환이 되지 않았다.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들까지 업무를 볼 때 정음 글로벌을 일반 문서프로그램으로 전환해 보여주는 ‘뷰어’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정음 글로벌을 사용하는 외부 고객들을 위해 2019년까지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기업고객은 향후 3년 동안 정음 글로벌을 계속해 쓸 수 있게 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회동 뒤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MS워드로 변경하면서 로열티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한 추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문서작성 프로그램 변경은 훨씬 전부터 얘기가 나온 사안”이라며 “사티아 나델라 MS CEO의 방한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