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올해 임금협상 조기타결에 의지를 보이지만 비정규직노조 분리문제와 통상임금 판결 등으로 임금협상을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사가 비정규직노조 분리문제로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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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우 기아차 사장. |
기아차는 통상 현대차를 따라서 임금협상을 진행했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 조기타결을 목표로 지난해보다 1달 정도 이른 지난 20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상견례를 열었지만 기아차의 경우 임금협상 상견례조차 기약이 없다.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기아차 노조도 9월 새 집행부를 뽑는 선거를 진행하기 때문에 기아차는 그 전에 노조와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 임금협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날까지 이틀 동안 비정규직노조를 분리하는 안건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노조는 비정규직노조 분리문제를 일단락한 뒤 임금협상 제시안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임금협상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노조를 분리하는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투표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문제로 임금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다 기아차 비정규직노조원의 비율이 채 10%도 안 되기 때문에 비정규직노조를 분리하는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노동계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분리에 강력하게 반발할 수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기아차 노사는 5월에도 임금협상을 시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5월 초에는 징검다리 연휴가 이어지는 데다 5월 말에는 통상임금 최종변론이 예정돼 있다. 통상임금 1심 판결은 올해 상반기 안에 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판결에 따라 임금협상에서 어느 한쪽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 탓에 노사가 서로 눈치보기를 하느라 임금협상에 선뜻 나서지 못할 수 있다.
통상임금 판결이 다가오면서 올해 임금협상에 최대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기아차는 내수 판매부진과 수출 실적악화로 국내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국내공장에서 스포츠세단 스팅어, 소형SUV 등 글로벌 신차를 생산해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 국내공장 가동률은 물론 글로벌에서 판매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임금협상 조기타결로 생산안정화를 꾀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임금협상 상견례 시점을 놓고 노조와 협의 중”이라며 “경영난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조기에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 실적회복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국내 완성차회사 5곳 가운데 마지막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노사가 지난해 6월 말부터 4개월 동안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이는 동안 노조는 23차례 파업을 벌였다. 기아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으로 10만8천여 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던 것으로 추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