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정유라씨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최순실씨에게 농락당했다고 진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3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의 2차 공판에서 공개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장 사장은 “최 씨가 저희를 농락한 면도 있다는 점을 참작해 달라”며 “최씨가 더 많은 돈을 지원받으려고 (승마선수) 6명을 지원해 달라고 하면서 거액의 계약을 체결한 뒤 선수는 안뽑고 대금만 계약대로 받아간 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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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이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차 공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정 사장은 “솔직히 정유라씨 지원이 아니었으면 삼성에서 독일 승마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씨가 저희를 이용해 정유라씨 지원을 위장하려 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그래도 최씨가 요청한 대로 해주지 않았느냐”고 묻자 정 사장은 “대통령께서 크게 화를 내서 바짝 얼어 있었기 때문에 최씨가 해 달라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대답했다.
정 사장은 “처음 최씨가 6명을 지원해달라고 할 때 정씨만 지원하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특혜성 지원을 희석시키는 의미에서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고 생각해 요청대로 따라간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삼성에서 정유라씨에게 승마훈련 지원을 한 뒤 이재용 부회장이 행사 때 박 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전과 달리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대통령에게 들었다고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저희에게 요구한 대로 정유라씨에게 승마지원이 잘 이뤄지자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술했다.
최순실씨가 삼성에서 승마관련 지원비를 받는 과정에서 허위로 운영비를 산정한 정황도 공개됐다.
특검이 공개한 노승일 전 코어스포츠 부장(K스포츠재단 부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노 전 부장은 “코어스포츠에 트레이너와 매니저는 아예 없었고 코치 1명, 말 관리사는 신주평씨 등 4명이 있었다”며 “신씨는 정유라의 사실혼 배우자이자 최순실 사위 격인데 정유라가 키우는 개 11마리, 고양이 3마리를 관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코어스포츠는 최순실씨가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기 위해 만든 회사다.
노 전 부장은 “신씨가 말 관리를 할 줄도 모르고 한 적도 없는데 최씨 지시로 용돈을 챙겨주기 위해 말 관리사에 포함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