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하이트진로 14년 만의 대표 교체 '절반의 성공', 장인섭 '젊은층 주류'로 하반기 반등 조준
전주원 기자 prelude@businesspost.co.kr2026-08-14 15: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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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낸 상반기 실적을 놓고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맥주부문의 부진을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소주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내면서 전체 실적의 하락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이사(사진)가 주류 제품군을 다각화하며 주 소비 기반을 젊은 층으로 넓히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
14년 만에 하이트진로의 새 사령탑에 오른 장인섭 대표이사의 고민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맥주부문의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해 주된 소비 기반인 젊은층을 향한 제품을 다양화하는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하이트진로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장인섭 대표는 주류의 주된 소비 기반인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이들이 관심을 두는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맥주 브랜드인 테라를 중심으로 다양한 상품군을 구축해 이른바 '테라 유니버스'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알코올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기피하는 경향이 생긴 젊은층을 대상으로 저알코올·무알코올 제품군을 다양하게 선보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4일 출시한 과실 탄산주 테라스파클링 역시 이 연장선에서 나온 제품으로 여겨진다. 테라스파클링은 따로 혼합하지 않고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를 뜻하는 RTD 제품이다. 최근 수년 사이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는 주류 품목 가운데 하나다.
장 대표는 3월에는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를 통해 무알코올 음료인 테라제로 캔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주점 등에 판매되는 테라제로 병 제품의 경우 6월 말 출시해 7월 기준 누적 판매 150만 병을 돌파하기도 했다.
젊은층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은 소주 사업에서도 관찰된다.
2월 증류주 브랜드 '진로'를 3년 만에 리뉴얼해 도수를 기존 16도에서 15.7도로 내렸다.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젊은층의 취향을 적극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장 대표가 기울이는 노력은 하이트진로가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2094억 원, 영업이익 1209억 원을 냈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5.0% 감소했다.
부문별로 보면 맥주부문의 문제가 가장 크다.
상반기 맥주부문은 매출 3386억 원, 영업이익 61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59.3% 줄었다.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의 상반기 맥주부문 매출 성장률이 -31.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고 할 수 있지만 시장 점유율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경고등이 들어온 상황으로 여겨진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4일 리포트를 통해 "국내 맥주 시장은 규모 변화가 없는 가운데 경쟁사(오비맥주) 판매량 증가로 판매량과 점유율이 동반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들을 위해 생맥주 주류세를 20% 감면했는데 2027년부터 이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서민과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생맥주의 세금 부담이 결과적으로 증가할 수 있어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며 "원가 부담 증가가 소상공인 경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어깨를 그나마 가볍게 한 것은 바로 소주부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상반기 소주부문에서 매출 8060억 원, 영업이익 110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1.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6% 늘어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소주는 시장 부진에도 견고한 시장 선두를 유지하며 매출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맥주는 시장 소비 위축과 판매 감소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이익이 감소했으나 테라제로 등 제품 다각화를 통해 3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올해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25년 말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2011년부터 하이트진로 수장을 맡아온 김인규 전 대표이사 사장 체제를 붕괴하고 그 자리에 장 대표를 발탁했다.
▲ 하이트진로는 6월30일 테라제로 병 제품을 출시하며 무알코올 맥주 시장 진출에 힘쓰고 있다. <하이트진로>
김 전 사장은 박 회장과 배재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에서 최측근 인사로 분류됐는데 그가 교체됐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 분위기가 어둡다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주류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을 개선할 돌파구를 좀처럼 마련하지 못하자 사령탑 교체를 통해 회사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하는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인규 전 사장은 하이트진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국내 식음료업계 주요 기업 가운데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혔다. 그는 재임 기간 소주 업계 1위 자리를 굳히고 맥주 시장에서 선두인 오비맥주와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 최고경영진을 교체한 뒤 체질 개선과 관련한 목소리를 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막연한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보다 구조적 대응이 필수인 시점에서 새롭게 진용을 갖춘 경영진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효율은 과감히 걷어내고 수익 구조를 정밀하게 재편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조직과 프로세스 등 모든 영역에서 체질 개선을 넘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회사의 실적 안정화와 관련해 전임 대표와 다른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그룹의 기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인 김 전 사장이 하이트진로에서 영업·생산 현장 전문가로 평가받았다면 장 대표는 재무·관리 전문가로 분류된다. 장 대표는 1995년 진로에 입사한 뒤 경영진단팀장, 정책팀장을 거쳐 2021년부터 관리부문 총괄전무로 재무·법무·경영관리를 총괄해왔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