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취업하지 않은 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주된 활동상태를 '쉬었음'으로 답한 청년은 36만7천 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9천 명 줄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청년 중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실업자와 취업준비자, 쉬었음 인구를 합친 숫자도 101만2천 명으로 전년보다 5만3천 명 줄었다.
취업자와 고용률은 감소했지만 '쉬었음' 인구와 실업자·취업준비자·쉬었음 인구의 합계는 오히려 줄었다. 최근 청년 고용 부진이 단순히 구직을 포기하거나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이 늘어난 결과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국가데이터처는 공무원시험과 공공부문 채용, 신규 구인 증가 등에 따라 청년층의 구직활동이 늘어난 점도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청년 노동시장에서는 구직자가 원하는 일자리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사이 불일치가 구조적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청년 미스매치 실업 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구직자의 부문 간 이동 제약으로 발생하는 청년 미스매치 실업은 직종, 업종, 직능수준 순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에서는 화이트칼라 직종으로 구직자가 쏠리는 현상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청년 구직자가 몰리는 부문과 상대적으로 구직자가 부족한 부문의 이질성이 커 부문 사이 이동도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노동시장 변화를 청년에게 적시에 알리고 인력이 필요한 분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고용서비스를 확대하고 필요한 교육훈련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 고용서비스는 구직활동 지원이나 청년 채용에 따른 비용 지원 등에 집중돼 있어 부문 사이 이동을 촉진하는 데 충분하지 않으며 '청년들이 원하는' 부문뿐 아니라 '청년들을 원하는' 부문의 정보도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청년 고용 부진을 개인의 구직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보고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는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청년뉴딜 추진방안'에서 인공지능(AI) 등 급격한 산업전환에 따른 좋은 일자리 감소와 기업의 경력직 선호, 세대 사이 구직경쟁 심화를 청년들이 겪는 '삼중고'로 진단했다.
이에 대기업 등이 직접 직업훈련을 운영하는 'K-뉴딜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공공·민간 일경험과 상담·일상회복·직업훈련·취업을 잇는 회복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약 10만 명의 청년에게 취업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공공·민간 일경험을 2만3천 개 늘리고 청년뉴딜 참여 이력을 고용24에서 통합 관리·발급해 취업시장에서 공식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기업의 경력직 선호로 신입 청년이 겪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은 청년뉴딜의 후속 대책이다.
정부는 6월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 마련 방침을 밝히고 기존 청년뉴딜 가운데 성과가 높은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AI 등 첨단분야 교육과 일자리 연계, 기업의 청년 신규채용을 촉진하는 신규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이후 대책의 골격도 구체화됐다. 정부는 AI 등 첨단·선호 분야 전문인력을 2030년까지 20만 명 이상 양성하고 민간·공공 일자리 확대와 청년 창업가 육성을 통해 일자리·창업 기회 30만 개를 마련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직·채용·입직·성장 전 단계의 지원체계를 확충하고 청년을 실제 일자리와 연결하는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8월 일자리전담반 회의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청년 일자리 회복방안을 이른 시일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집행을 위한 사전 준비와 청년 대상 상세 정보 제공 및 홍보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가 인력 양성과 실제 일자리 연결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청년 고용 미스매치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의 한 고용센터 일자리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다만 청년을 인력이 필요한 일자리와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노동시장 이동을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산업연구원이 6월 내놓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 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임금 격차가 커질수록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20대의 평균 임금 격차를 적용하면 4년제 대졸자의 노동시장 진입이 약 3.6개월 지연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취업한 뒤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경로도 넓지 않았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이동성이 가장 높은 20대에서도 5~6% 수준에 그쳐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크고 이직을 통한 이동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청년이 첫 일자리를 생애소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해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근속을 늘리려면 기업보다 청년에게 직접 지원을 확대해 실질임금을 높이고 지원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청년 구직자가 블루칼라 직종으로 이동하려 해도 열악한 근로조건이 이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상체계 개선과 구조적 차별 해소,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등을 통해 블루칼라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청년층의 화이트칼라 쏠림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이 취업한 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 않고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이정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3월 월간 노동리뷰에 실린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 고찰'에서 청년 정책이 '쉬었음'이라는 특정 상태에만 집중하기보다 노동시장 진입과 이탈의 흐름을 살펴 단계별로 진입 촉진과 이탈 예방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새 대책에서 지원 범위를 구직과 채용을 넘어 입직과 성장 단계까지 넓히려는 것도 이런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20만 명 인력 양성과 30만 개 일자리·창업 기회가 청년 고용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단순히 훈련 인원과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과 기업의 실제 수요를 얼마나 정확히 연결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력이 필요한 분야라도 임금과 근로조건 격차가 크고 경력을 쌓은 뒤 원하는 일자리로 이동하기 어렵다면 청년의 선택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 인재 양성과 일자리 매칭에 더해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취업 뒤에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이동·정착 경로를 얼마나 마련하느냐가 45개월째 이어진 청년 고용 부진을 되돌리는 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