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보복으로 한국기업들의 중국사업에 불이익을 주고 있지만 한국 전자업체들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자업체들이 한국 부품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 부품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중국 무역보복 영향 없을 듯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9일 “한국 사드배치의 보복으로 중국정부의 경제적 규제강도가 높아진 것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하지만 전자부품업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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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중국의 PC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공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한국 부품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2위를 차지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갖춘데다 기술력도 앞서 제품경쟁력 확보를 위해 한국산 부품 탑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이런 주요부품을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정부차원에서 현지기업들에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격차를 좁히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이 강화되며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업체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한국 전자부품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애플의 시장진입이 어려워질 경우 오포와 비보,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프리미엄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성능을 대폭 강화한 신제품으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공산이 크다.
고가 스마트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용량 메모리반도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과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듀얼카메라 탑재 등은 중국업체들의 제품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통사와 현지업체의 경쟁심화로 올해 중국 스마트폰 수요는 견조하게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 부품업체들에 전반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연구원은 최소한 중국이 자체 부품생산기술을 일정수준 확보할 수 있는 2019년까지는 관세인상이나 무역규제 등을 하기보다 원활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한국 IT업체들에 중국 사드이슈는 오히려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며 “중국 제조사들이 한국 부품업체의 선진기술을 더욱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미국 보호무역주의 타격도 회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트럼프 정부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전자제품에 관세가 인상될 가능성에 대응해 일제히 미국 가전제품 공장설립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우려해 미국 텍사스주의 시스템반도체공장에 최근 1조 원 정도의 추가투자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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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하지만 한국 부품업체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퀄컴과 엔비디아 등이 개발하는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대부분이 한국과 대만의 위탁생산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인텔도 중국공장 증설에 나선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미국기업들에 타격을 주는 관세인상 등의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메모리반도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업체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미국 마이크론 등에 크게 앞서있어 무역제한조치는 미국 제조업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마이크론이 최근 60% 정도의 생산량을 차지하는 대만 D램공장에 미세공정 전환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른 시일 안에 반도체에 무역규제조치가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조치를 강화하는 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다. 중국 패널업체들의 물량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무역규제의 기본적인 목표는 견제가 아닌 미국의 제조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이라며 “미국공장이 없다는 이유로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을 우려해 기술유출을 방어하는 등 견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국기업의 시장진입을 늦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트럼프 정부의 눈치를 보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은 중국업체와 기술협력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며 “중국의 기술역량확보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