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 원을 지급하기 위해 SK실트론 지분 매각, SK 주식담보대출 등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액 규모가 1조 원에 육박하면서, 최 회장이 SK그룹 지배력을 유지한 채 현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자산은 SK 지분 17.9%가 대부분인데, 이를 매각하면 그룹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SK실트론의 개인 지분 매각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공산이 커 보인다.
SK 주식을 팔지 않고 이를 담보로 활용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 회장이 이미 올해 6월 기준 약 4365억 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고 있지만,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열고 "반소 피고(
최태원 회장)가 반소 원고(노소영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할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하며, 판결이 확정된 다음 날부터 완납일까지 연 5%의 지연이자도 지급하도록 했다. 노 관장의 재산형성 기여율은 33.3%, 최 회장의 기여율은 66.6%로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양측의 법적 다툼이 시작된 지 약 9년 만이다. 최 회장은 2017년 법원에 노 관장과 이혼조정을 신청했으나 협의이혼이 무산된 뒤 2018년부터 이혼소송을 시작했다.
서울고법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 측에서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전달됐다는 비자금 300억 원은 불법 자금인 만큼, 재산분할 산정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의 SK 지분 17.9%가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는 최 회장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 관장이 30년 넘게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아 최 회장의 경영활동을 뒷받침한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재산분할 대상이 된 SK 주식의 가치 평가 시점을 두고는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혼소송 사실심인 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16일을 기준으로 SK 주식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시점에서 SK 주가는 16만 원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 가치는 2조1천억 원 수준이었다. 현재 SK 주식 가치는 2024년 4월16일과 비교해 4배 가량 뛰었다.
재판부는 "항소심 변론 종결일 이후와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사이에 SK 주식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다만 부부 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산분할 지급을 위해 SK 지분을 일부 처분한다면, SK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일각에서는 막대한 금액의 재산분할 판결로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각 22일 "최 회장이 재산분할 소송으로 1조 원 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면 최 회장의 SK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며 "행동주의 투자자나 외부 세력의 압박에서 최 회장의 낮은 지배력에 따른 취약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현재 SK 지분 25.40%를 보유하고 있다.
예고됐던 자사주 소각이 마무리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1.8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분율 30% 수준에서는 최 회장이 SK 지분 일부를 처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최 회장이 SK실트론 개인 지분을 처분한다면 SK 지분 희석을 막을 수 있다.
SK는 현재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매각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으며, 매각 대상에 최 회장의 지분이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의 가치는 약 1조 원으로 평가된다.
SK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은 대출일 전날 종가 기준으로 40~70% 수준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최 회장이 이미 SK 지분 등을 담보로 약 4365억 원의 대출을 받고 있지만, 현재 최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SK 지분 가치는 8조 원 이상으로 추가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법원의 현금 지급 판결로, SK 지분을 강제로 넘겨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하지만 현금 확보를 위한 주식담보대출이나 자산 매각 등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이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할 경우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은 이날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심려 끼쳐 송구하다"며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밝히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