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란 전쟁으로 중동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며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정책에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와 제조업 등 분야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수상 태양광 설비 참고용 사진. [사진=한국농어촌공사 제공] |
[비즈니스포스트] 이란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는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AI) 산업 정책에도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외신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설비 투자가 이러한 정책에서 핵심인데 이는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 및 재생에너지 전환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각)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 정책이 에너지 위기라는 장벽을 만났다”며 “순탄하지 않은 대립적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중동의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 ‘고속도로’ 구축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경기도 용인에 구축하는 대규모 반도체 생산 단지 ‘메가클러스터’ 프로젝트와 관련이 깊다.
메가클러스터는 한국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에 핵심으로 꼽히는데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더 폭넓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해 해외 기업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으로 한국의 천연가스 재고가 줄어들고 중동에서 신규 물량을 수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공지능 산업 정책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이 현재 전력 발전을 대부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대신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갖춰진 한국 남부 지방으로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를 분산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반도체 생산 공장에 필요한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비중을 높이면 화석연료에 의존을 낮춰 지금과 같은 에너지 위기에 효과적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 협력사 공급망과 인재 기반이 풍부한 수도권에서 먼 지역에 대규모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두고 반대하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이러한 갈등 양상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난관을 넘는 일을 중요한 과제로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 ▲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에 위치한 가덕산 풍력발전단지 참고용 사진. [사진=태백시 제공] |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일은 경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너지 전문 싱크탱크 IEEFA는 이재명 정부가 최근 중동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내놓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대응책이 없다면 한국은 외화 중심의 글로벌 화석 에너지 시장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어 가격 변동에 더 취약해지며 공급망 리스크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기반 무탄소발전 비중을 51%로 높일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금보다 약 10%포인트 높아지는 수치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도 이를 적극 적용해 ‘녹색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IEEFA는 그동안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이 비용과 정책적 측면의 문제로 제약을 받아왔던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는 현재 주력으로 활용되는 천연가스 발전 대비 총 비용 측면에서 저렴해 점차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측됐다.
결국 IEEFA는 한국 정부의 중동 에너지 수급 위기 대응방안 가운데 재생에너지를 통해 화석연료에 의존을 낮추겠다는 목표가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도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은 반도체 중심의 한국 경제에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는 태양광과 풍력, 원자력 등 자립 가능한 에너지원 중심으로 전환이 늦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면 중동을 비롯한 해외에 의존을 낮추는 대안을 조속히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권고도 제시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는 전국 단위의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충격에 방어할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