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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00조 예산 '지출 구조조정' 추진, 이재명 정부 첫 예산 공방 본격화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3-31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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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의무지출 감축을 포함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공식화하면서 ‘재정 규모 확대’와 ‘지출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적극적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복지와 교육 재정의 의무지출 구조를 손대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앞으로 예산 심의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격전지’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800조 예산 '지출 구조조정' 추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255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정부 첫 예산 공방 본격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획예산처는 31일 ‘202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각 중앙관서 장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각 부처가 내년 예산안을 요구할 때 준수해야 하는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해당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이번 예산은 이재명 정부가 예산 편성 전 과정을 온전히 주도하는 첫 번째 예산이다. 현 정부의 재정 철학과 핵심 국정과제가 전면에 배치되며 재정 운용의 본격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가장 큰 변화는 지출 구조조정의 강도에 있다. 정부는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감축과 함께 전체 사업의 10%를 폐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존에 통상 10%였던 재량지출 감축 목표를 15%로 상향하고, 법률에 따라 자동 증가하는 의무지출에는 사상 처음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복지지출을 포함한 구조 개편에 착수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26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체 의무지출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벌일 생각은 없다. 줄일 수 없는 것은 모수에서 빼고 적정 수준의 모수를 마련해 그 중에서 10%를 절감할 것”이라며 “(필수적) 복지사업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총예산은 8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확정 예산 727조9천억 원에 정부가 현재 편성 중인 약 2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반영하고 기존 예산 증가율 5.0%를 적용하면 790조 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적극 재정 기조 속 세수 증가 흐름이 이어지면 내년 예산이 이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지난해 의무지출은 387조7천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어섰다. 

의무지출 구조조정의 핵심 타깃은 기초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될 공산이 크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정액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최근 중산층 노인까지 수급대상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소득이 낮은 노인들에게 더 많은 연금을 주는 ‘하후상박’ 방식의 제도 개편을 시사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지방교육청에 배분하는 교육교부금을 놓고는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종합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초연금 지출 규모는 약 27조 원, 교육교부금 지출은 약 72조 원이었다.

기초연금과 교육교부금은 오랜 기간 수혜를 받았던 계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일이 지출 축소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무지출 예산을 줄이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관련 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 또한 과제다. 정부는 의무지출의 경우 각 부처에 구체적 제도개선과 입법조치 계획 등을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내년 800조 예산 '지출 구조조정' 추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4255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정부 첫 예산 공방 본격화
▲ 정부세종청사 기획예산처 현판. <기획예산처>

정치권도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번 지침을 두고 “겉으로는 감축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팽창 예산을 밀어붙이는 이중적 구조”라고 비판했다.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확장재정 기조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물가 상승과 국가 신용도 하락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예산 심의 과정에서는 ‘구조조정의 실효성’과 ‘재정 규모 확대의 적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구조조정과 별개로 적극적 재정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인공지능(AI)과 탄소중립 등 산업 전환 대응, 지방주도 성장, 저출생·양극화 대응, 안전·평화 기반 구축 등 4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성장 동력을 확충한다는 구상이다. 지출을 늘리되 기존 사업을 정리해 재원을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형 확장재정’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재정 운용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저성장과 고령화, 대외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 재정 확대와 건전성 관리라는 상충되는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예산 집행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작동할지가 정책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단기 소비성 지출이나 효과가 불확실한 사업에 재원이 투입될 경우 재정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 정책에서도 갈등 요인이 잠재돼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멀수록 더 지원’하는 지방우대 원칙을 명문화하면서 재정 배분 구조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재정 배분을 둘러싼 형평성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예산지침은 복지 구조 개편, 재정 규모 확대, 지역 재정 재배분이라는 세 축에서 동시에 변화를 시도하는 복합적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예산안 심의는 재정 확대와 구조조정이라는 상충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정부 전략의 현실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5월 말까지 각 부처 예산요구서를 제출받은 뒤 협의를 거쳐 9월 초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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