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6-01-07 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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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의 미국 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사업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시간주 펠리세이즈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추진 중인 SMR 2기의 착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 사업이 인허가 신청 절차에 돌입한 만큼 에너지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이라는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의 중장기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여지가 크다.
▲ 현대건설의 미국 내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사업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추진하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 전환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앞으로 미국 원전사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여겨진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SMR 및 대형원전의 빠른 착공을 유도하는 가운데 원전 사업에 핵심 주체인 미국 에너지부(DOE)가 현대건설의 역량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과 협력해 SMR 건설 사업을 추진하는 미국 원전 기술 기업 홀텍은 ‘팰리세이즈 SMR-300 최초호기 프로젝트’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미국 시카고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미시건주 코버트에 위치한 팰리세이즈 원전 단지에 300MW(메가와트)급 SMR 2기를 신설하는 사업이다.
이번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건설은 본격적으로 원전 건설에 착수하게 된다.
미국이 원전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현대건설로서는 이번 착공을 계기로 관련 사업에서의 영향력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원전 산업 진흥을 목표로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 400기가와트(GW)로 증대 △신규 원자로 인허가 절차 18개월로 단축 △핵연료 공급망 미국 중심 재편 등의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이 약 100GW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용량을 대폭 확대하기 위해서는 대형원전과 더불어 SMR 확보도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특히 SMR은 태양광·풍력의 변동성으로 생기는 계통 안정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어 그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실제 착공 사례는 2013년 건설을 시작한 보글(Vogtle) 3·4호기가 유일하다. 이런 점은 원전 확대 정책에도 미국 현지 건설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DOE로부터 원전 역량을 인정받고 있어 대조된다.
2025년 12월 DOE는 SMR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홀텍과 TVA가 각각 추진하는 두 가지 프로젝트 선정하기도 했다. 2026년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는 두 기업들에게는 4억 달러(약 5786억 원)의 착공지원금이 제공됐다.
DOE는 착공지원금 대상 기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홀텍의 프로젝트 수행 파트너로 현대건설을 명시했다. 미국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문에서 EPC(설계·조달·시공) 협력사로 언급되며 SMR 프로젝트 핵심 주체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 미국 에너지부(DOE)가 ‘SMR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착공지원금 대상 기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홀텍의 프로젝트 수행 파트너로 현대건설을 명시했다. 사진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오른쪽)와 크리스 싱 홀텍 회장이 2025년 2월25일(현지시각) 미국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단지에서 확장협력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건설>
이외에도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페르미아메리카와 원전 4기 건설와 관련된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맺어 대형 원전 사업에서도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추진해온 현대건설의 에너지 인프라 기업 전환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025년 3월 개최한 ‘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에서 에너지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사업 확대 기회로 삼아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트랜지션 리더(Transition Leader)’가 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에너지 산업 가치사슬 전반에서 생산과 저장·운송, 활용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현대건설의 역할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본업인 건설 부문에서 약진도 에너지 인프라 기업 전환에 짐을 덜어주고 있다. 전날 서울시가 공사비만 5조 원이 넘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설계 변경안을 확정했다. 5년 만에 사업이 정상화 돼 2031년 준공 예정 시점까지 현대건설 매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GBC 시공은 그룹 내 건설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약 7대 3의 비율로 나눠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원전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에서도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5년 12월 한화오션이 추진하는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협력사로 참여하기로 결정한 뒤 신안우이 해상풍력 주식회사와 설계·구매·시공(EPC) 계약을 체결했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신안군 우이도 남동측 해상 일대에 15메가와트(MW)급 해상풍력발전기 총 26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총 공사비는 2조64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 계약금액은 6684억 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태양광 발전사업도 본격화한다. 현대건설은 2025년 7월 신재생 통합 설루션 기업 탑선과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해 미국 텍사스주에 들어서는 350MW(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루시(Lucy)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현대건설 관계자 “올해 사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기조를 유지해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 전반에서 성과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