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신사업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에 힘입어 2022년 이후 3년 만에 '턴어라운드'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사진)가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 높은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올해 3년 만에 흑자 전환을 노리고 있다. < LG헬로비전 >
다만 송 대표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추진 중인 희망퇴직, 본사 이전을 두고 노조 등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점은 실적 개선 작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정보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LG헬로비전은 2022년부터 이어온 순손실 흐름을 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추정치에 따르면 LG헬로비전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 1조3039억 원, 영업이익 331억 원, 순이익 19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보다 매출이 8.9%, 영업이익이 145.1% 늘고, 순손실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올해로 취임 6년차를 맞았지만, 그동안 유료방송시장의 성장 정체 속에 2022년부터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왔다.
LG헬로비전은 2022년 27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손실 규모가 473억 원으로 확대됐고, 2024년에는 1062억 원까지 적자 폭이 커졌다.
그러나 올해 송 대표가 신사업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격화하며 비용 통제와 체질 개선을 병행한 점이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디지털 교과서 사업이 정부 정책 변화로 추진 동력을 잃자, 성과가 뚜렷한 신사업인 렌탈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송 대표가 2020년 이후 육성해온 렌탈 사업은 에어컨,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하며 LG헬로비전 실적 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2023년 3분기 213억 원 수준이던 렌탈 매출은 2024년 3분기 331억 원, 2025년 3분기에는 495억 원으로 증가했다.
송 대표는 고가 가전뿐 아니라 정수기, 안마의자 등 건강가전으로 렌탈 품목을 확대하고, 최근에는 반려동물 시장을 겨냥한 펫가전 제품까지 라인업에 포함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반면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며 효율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 중구 폐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운영했던 ‘뮤지엄엘’은 최근 운영을 종료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역 기반 신규 사업의 효율화 차원이며, 지역 커머스 사업의 경우 지역채널 방송을 중심으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비용 절감을 통한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월까지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12월 초에는 본사를 서울 상암에서 경기 고양시 MBN미디어센터로 이전해 고정비 절감을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본원 사업인 방송사업 품질 개선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렌탈 교육 등 신사업을 통한 추가성장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LG헬로비전 본사 이전과 희망퇴직을 둘러싼 노조의 반발은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의 경영 효율화 전략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LG헬로비전 >
다만 송 대표의 경영 효율화 전략은 내부 반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LG헬로비전 노동조합은 낮은 임금 인상률과 희망퇴직, 본사 이전 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17일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을 예고했다.
직원들은 이번 회사의 조치로 고용 안정과 근무 환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 릴레이 파업 참여 글을 올리며 파업 의지를 다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희망퇴직 기간이 끝났는데도 아직도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회사 이전도 회사에서 사전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비용 절감이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구조조정 일환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LG헬로비전 비정규직 지부도 한 달 넘게 본사 앞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며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다양한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비정규직 지부와 공동 파업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조 반발을 제때 해소하지 못한다면 실적 개선세의 발목을 잡으며 송 대표가 추진하는 경영 효율화 전략 전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와 대화를 지속 중”이라며 “방송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