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가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량을 내년에 대폭 늘려 현지 고객사의 엔비디아 제품 수요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이는 중국의 기술 자급체제 구축을 통해 미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전략으로 꼽힌다. 프랑스 파리 기술 전시회에 설치된 화웨이 로고 간판.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화웨이가 중국 시장에서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자체 개발 제품의 생산 물량을 대폭 늘릴 계획을 세웠다.
이는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중국이 반도체 수율과 공급망 부족 등 약점을 대거 개선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만큼 무역 협상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2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가 내년 ‘어센드910C’ 반도체를 약 60만 대 생산할 것”이라며 “이는 올해 추정치의 2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어센드910C는 화웨이가 자체 기술로 상용화한 최신 인공지능 반도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현재 보유한 반도체 재고 및 생산 수율을 모두 고려해 이러한 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어느 정도 현실성을 바탕에 둔 목표라는 뜻이다.
화웨이와 반도체 제조 협력사인 SMIC는 그동안 어센드910C 양산 안정화에 고전하며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최근 화웨이는 중국에서 향후 3년 동안의 인공지능 반도체 출시 계획을 발표하는 행사도 열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는 그동안 반도체 설계 역량과 상용화 일정을 모두 비공개로 유지해 왔다”며 “이런 전통에서 벗어나며 이례적 행보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화웨이가 내년 어센드910C 생산 목표를 달성한다면 이는 중국 정부의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목표에 큰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중국 주요 인공지능 기업들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현지 맞춤형 반도체인 H20을 주로 활용해 왔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H20 판매량을 약 100만 대 안팎으로 추산했다.
화웨이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 연간 생산량이 60만 대에 이른다는 것은 엔비디아 고객사들의 수요를 어센드910C로 대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 화웨이 '어센드' 인공지능 반도체 전시용 샘플. |
최근 중국 정부도 엔비디아 H20의 보안 및 독점 문제를 빌미로 자국 기업들에 구매 자제를 촉구하며 화웨이의 판매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대형 IT기업들은 그동안 화웨이나 캠브리콘 등 자국 기업의 반도체를 주로 인공지능 학습이 아닌 추론 작업에만 활용했다. 성능이 엔비디아 제품보다 뒤처지기 때문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화웨이의 차세대 어센드 반도체는 인공지능 학습에 쓰일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성능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화웨이는 이르면 내년 말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 어센드910D를 출시할 계획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해당 관계자는 화웨이와 SMIC가 반도체 제조 공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상용화 시기가 2027년 또는 그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MIC는 미국 정부의 규제로 7나노 미만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수로 쓰이는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수입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구형 장비를 기반으로 한 7나노 공정을 꾸준히 발전시켜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쓰고 있는데 이는 수율 확보 및 원가 측면에서 효율성이 매우 낮다.
블룸버그는 “SMIC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지난 여름 동안에 반도체 장비 기술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며 “그러나 생산 수율이 여전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화웨이 인공지능 반도체가 중국 정부의 자급체제 구축 목표에 따라 엔비디아 제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꼽힌다.
중국이 자체 기술로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하는 일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 무역 협상에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미국이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허가와 규제를 협상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이런 전략을 무력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이 더 이상 외국에 핵심 기술을 의존하지 않게 되는 셈”이라며 “그러나 이런 과정은 아직 험난하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