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을 뒤흔든 ‘현금부자’ 호반그룹의 덩치키우기 속도감이 단기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을 뒤흔든 ‘현금부자’ 호반그룹의 덩치키우기 속도감이 단기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룹 내에서도 많은 현금을 보유한 호반산업이 M&A에 제약이 따르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해서다. 호반그룹은 이에 따라 당장의 사세 확장을 위해 기업공개(IPO)의 문부터 두드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현금부자’ 호반그룹이 큰 존재감을 드러낸 인수합병시장에서 단기적으로 기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28일 자본시장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호반그룹이 호반산업의 지주사 설립으로 인수합병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호반산업은 지난 22일 물적분할을 통해 HB호반지주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분할기일은 오는 10월31일로 존속법인은 지주사 HB호반지주가, 신설법인은 호반산업이 된다.
호반산업은 시공능력평가 31위 중견 건설사로 호반건설·호반프라퍼티와 함께 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호반산업 아래에는 그룹 내 유일 상장사 대한전선 등 다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 지분 41.99%를 보유한 호반그룹 창업주 김상열 회장의 차남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다. 이사회에는 김민성 전무와 함께 모친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호반산업은 지주사 설립을 두고 “지주사는 그룹 사업 성장과 재편을 이끌고 사업 사이 시너지를 높이며 새 사업기회 발굴·육성 등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며 “분할신설회사(호반산업)은 사업 특성에 맞는 빠르고 전문적 의사결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HB호반지주가 그동안 호반그룹의 사세확장 방식대로 인수합병에서 성장동력을 찾는데 주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열 호반그룹 창업주는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호반건설을 지방 건설사에서 대기업 집단까지 키워냈다.
다만 공정거래법 규제에 따라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과거 호반산업 시절보다는 투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지주사는 단순 지분투자에는 제약이 없지만 자회사로 품을 때 상장사는 지분 30%, 비상장사는 지분 50%를 확보해야 한다.
호반산업이 호반그룹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현금력을 지닌 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반그룹 전체적으로도 인수합병 여력이 당장은 줄어들 수 있게 된 셈이다.
호반산업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기준 54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룹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의 4835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시장에선 결국 호반산업의 HB호반지주 설립 뒤 호반그룹 주요 계열사의 IPO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공개는 당장 외형을 키울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오너일가에게는 구주매출을 통한 자금 확보 여지도 마련해 줄 수 있다.
유력 IPO 후보군으로는 그룹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이 꼽힌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 대형 건설사로 과거에도 IPO를 추진한 이력이 있다. 2018년 주관 증권사를 선정하는 등 속도를 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냉각되면서 계획이 중단됐다.
지주사 설립으로 물적분할된 호반산업이나 HB호반지주 산하 계열사도 향후 신사업 찾기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 (왼쪽 일곱 번째부터)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과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김민형 호반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상무, 김민성 호반그룹 기획관리실장 등이 4월2 경기 과천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호반그룹>
시장에서는 HB호반지주 설립이 호반그룹 전면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높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지주사 전환 이후 그룹의 전반적 지배구조 개편이 발생할 수 있다”며 “2021년 대한전선에 이어 추가 기업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장남 김대헌 총괄사장의 호반건설 계열과 장녀 김윤혜 사장의 호반프라퍼티 계열, 차남 김민성 전무의 호반산업 계열의 세 갈래 계열 분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그룹 창업주 김상열 회장은 1966년생으로 2021년 호반건설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내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 정도가 호반산업과 함께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올라 있다.
호반그룹은 다만 이번 지주사 설립이 자회사 대한전선 주가 상승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IPO나 계열분리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세계적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대한전선을 비롯한 전선업계 주가가 많이 올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에 해당돼 미리 설립했다는 것이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나 IPO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호반산업의 지주사 설립은 자회사 투자 증가에 따라 공정거래법 요건에 선제적으로 맞추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자회사 경영효율 극대화 등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