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공정거래법 규제에 따라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과거 호반산업 시절보다는 투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지주사는 단순 지분투자에는 제약이 없지만 자회사로 품을 때 상장사는 지분 30%, 비상장사는 지분 50%를 확보해야 한다.
호반산업이 호반그룹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현금력을 지닌 곳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반그룹 전체적으로도 인수합병 여력이 당장은 줄어들 수 있게 된 셈이다.
호반산업의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지난해 말 기준 54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룹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의 4835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시장에선 결국 호반산업의 HB호반지주 설립 뒤 호반그룹 주요 계열사의 IPO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공개는 당장 외형을 키울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오너일가에게는 구주매출을 통한 자금 확보 여지도 마련해 줄 수 있다.
유력 IPO 후보군으로는 그룹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이 꼽힌다.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 대형 건설사로 과거에도 IPO를 추진한 이력이 있다. 2018년 주관 증권사를 선정하는 등 속도를 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냉각되면서 계획이 중단됐다.
지주사 설립으로 물적분할된 호반산업이나 HB호반지주 산하 계열사도 향후 신사업 찾기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 (왼쪽 일곱 번째부터)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과 김상열 서울신문 회장,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김민형 호반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상무, 김민성 호반그룹 기획관리실장 등이 4월2 경기 과천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호반그룹>
시장에서는 HB호반지주 설립이 호반그룹 전면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높였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지주사 전환 이후 그룹의 전반적 지배구조 개편이 발생할 수 있다”며 “2021년 대한전선에 이어 추가 기업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시장 일각에서는 장남 김대헌 총괄사장의 호반건설 계열과 장녀 김윤혜 사장의 호반프라퍼티 계열, 차남 김민성 전무의 호반산업 계열의 세 갈래 계열 분리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그룹 창업주 김상열 회장은 1966년생으로 2021년 호반건설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뒤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아내 우현희 호반문화재단 이사장 정도가 호반산업과 함께 핵심 계열사 호반건설 이사회에 사내이사로 올라 있다.
호반그룹은 다만 이번 지주사 설립이 자회사 대한전선 주가 상승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IPO나 계열분리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세계적으로 전력수요가 크게 늘면서 대한전선을 비롯한 전선업계 주가가 많이 올라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에 해당돼 미리 설립했다는 것이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계열분리나 IPO 등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호반산업의 지주사 설립은 자회사 투자 증가에 따라 공정거래법 요건에 선제적으로 맞추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자회사 경영효율 극대화 등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