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이사가 2024년 10월2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중장기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롯데쇼핑>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백화점은 2024년 총거래액에서 백화점 업계 1위를 유지했다. 31개 점포에서 13조770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의 지위는 더 위태로워졌다. 업계 2위인 신세계백화점(12조3300억 원)과 차이가 많이 좁혀졌기 때문이다. 두 업체의 거래액 차이는 약 1조4천억 원으로, 2023년보다 2천억 원 줄어들었다.
점포의 경쟁력으로 따지면 롯데백화점이 이미 신세계백화점에 1위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세계백화점의 점포는 13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5대 백화점 브랜드(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68개 점포 거래액(2024년)을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도 두 회사의 희비는 엇갈렸다. 상위 10개 점포에서 롯데는 2개에 그쳤고,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3위 자리를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내줬다.
상위 10위 점포를 보면 신세계 서울 강남점, 롯데 서울 잠실점,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 롯데 서울 소공 본점, 현대 성남 판교점, 신세계 대구점, 현대 서울 무역센터점, 현대 서울 압구정 본점, 더현대 서울, 신세계 서울 명동 본점 순이다.
반면 하위 20개 점포 중에서 롯데백화점은 14개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수년 내에 신세계가 롯데백화점을 꺾고 업계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롯데쇼핑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하위 점포들을 정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복합쇼핑몰 부문에서도 신세계가 운영하는 스타필드가 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몰에 견줘 선도 브랜드로 평가된다.
◆ 롯데쇼핑의 필승 전략 ‘타임빌라스’
롯데쇼핑에서 백화점 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인
정준호 대표는 더욱 고급스러운 복합쇼핑몰 전략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타임빌라스’가 바로 그것이다.
타임빌라스를 통해 백화점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고 복합쇼핑몰 업계 1위인 스타필드를 따라잡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새로운 브랜드를 통해 쇼핑몰 사업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목적도 있다. 롯데쇼핑은 그간 자체 쇼핑몰 브랜드가 없었다.
타임빌라스는 시간을 의미하는 ‘Time’과 별장을 뜻하는 ‘Villas’를 더해 ‘새로운 시간이 열리는 공간’이라는 철학을 담은 브랜드로, 백화점과 쇼핑몰의 장점을 결합한 미래형 복합쇼핑몰을 지향한다.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롯데몰 수원점을 통합해 2024년 5월 프리오픈을 거쳐 같은 해 10월 정식으로 문을 연 수원점이 제1호점이다.
정준호 대표는 수원점 오픈과 함께 개최한 ‘타임빌라스 그랜드 오픈 및 중장기 전략 간담회’에서 “2030년까지 총 7조 원을 투자해 타임빌라스 점포 13개를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4개를 새로 짓고, 기존 롯데아울렛 등 비효율적인 점포는 증축과 리뉴얼을 거쳐 타임빌라스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날 정 대표는 “패션, F&B, 엔터테인먼트, 컬처, 트래블&비즈니스 등 고객이 바라는 모든 경험이 연결된 쇼핑몰의 미래가 바로 타임빌라스”라며 “타임빌라스가 모든 유통업체가 동경할 미래형 리테일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임빌라스는 ‘더 가까운 곳에’, ‘더 다양한 것을’, ‘더 품격 있게’라는 3대 차별화 전략으로 추진된다. 상업지구나 업무지구 중심부에 쇼핑몰을 조성해 접근성을 확보하고, 롯데그룹의 쇼핑, 엔터테인먼트, 숙박, 주거, 업무, 문화 등 다양한 역량을 결합한 멀티콤플렉스로 개발하며, 세계적인 건축가와 협업해 외관부터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기획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타임빌라스의 성공은 경쟁사인 신세계 스타필드와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타임빌라스 프로젝트의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로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져 롯데쇼핑에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어차피 7조 원을 한 번에 투자하는 게 아니고 롯데쇼핑의 자금 사정도 특별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니어서 재무상황에 연관 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롯데쇼핑 쪽은 2024년 말 실행한 자산재평가로 주요 재무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됐고, 충분한 예금과 여신한도로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했다면서 사업 추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자산재평가 이후 롯데쇼핑의 부채비율은 기존 190%에서 129%로 낮아졌고, 차입금 의존도 역시 기존보다 11%p 낮아진 38%를 기록했다.
◆ 정준호는 누구?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이사는 1965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산업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신세계백화점에서 근무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과 신세계조선호텔 면세사업부장을 지냈다.
2019년 롯데그룹 패션 계열사인 롯데GFR에 영입됐다. 2021년 롯데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백화점부문 대표이사에 올랐고, 2023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세계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하는 데 능한 명품 전문가로 이름을 알렸다. 직원들과 소통에 능한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