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B가 DB손해보험 지분을 늘리면서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0.85%. 올해 5월9일부터 8월12일까지 DB그룹의 제조 계열 지주사격인 DB아이앤씨(Inc.)(이하 DB)가 장내매수로 확보한 DB손해보험 지분율이다.
이전까지 DB의 DB손보 지분율은 0%였다. 800억 원가량을 들여 3개월 만에 지분율을 1% 가까이 올린 것이다.
이런 행보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기는 조짐이라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장남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으로 기울었던 승계의 중심축이 장녀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에게로 기우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 지주사 전환되면 다시 팔아야 하는 DB손보 지분 왜 사들였나
DB그룹 관계자는 DB손보 지분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DB손보가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것이지 지배구조와는 무관하다”며 “지배구도에 영향을 미치기에도 매우 미미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DB그룹이 지주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금융사인 DB손보 지분을 매입하는 것의 실익이 명확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금융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DB그룹이 지주사로 전환되면 DB손보 지분을 다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매입이 단순 투자 차원이라기보다는 후계구도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 부자 사이 갈등설 계속되자 지분 차이 적은 DB손보 주목
DB그룹의 지분구조상
김준기 창업회장의 장남
김남호 명예회장에게로 승계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 명확해 보이는 상황에서 부자 사이 갈등설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김준기 창업회장이 DB그룹 계열분리에 나서 장녀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쪽으로 후계 구도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이때 중요한 열쇠는 DB손보라는 것이다.
DB그룹 구조를 보면 크게 제조 계열의 지주사격인 DB와 금융 계열의 지주사격인 DB손보의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김준기 회장이 후계 구도를 바꾸고 싶다면 DB라는 축에서는 문제가 없다.
김남호 명예회장의 지분(16.83%)은
김준기 창업회장(15.91%)과 김주원 부회장(9.87%)의 지분 합(25.78%)으로 가뿐히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DB손보다. DB손보에서
김남호 명예회장의 지분(9.01%)은
김준기 창업회장(5.94%)과 김주원 부회장(3.15%)의 지분 합(9.09%)과 매우 미미한 차이를 갖기 때문이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모두 김주원 부회장에게 넘긴다 하더라도 남매 사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남게 되는 셈이다.
DB손보는 사실상 DB그룹 승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DB의 전체 당기순이익 2조1430억 원 가운데 DB손보의 당기순이익(1조8532억 원)은 약 86.5%를 차지한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DB를 통해 DB손보 지분을 매입한 것은 장기적으로 아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수가 될 수 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이미 한 차례 지분을 늘린 전력이 있다. 2022년 DB
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DB 지분(4.3%)을 인수해 11.61%였던 DB 지분을 15.91%까지 늘렸다. 승계가 마무리된 단계라면 일반적으로 자녀의 지분을 늘려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반대로 했다.
◆ 부자지간 김준기-김남호, 갈등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DB그룹의 부자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알려진 것은 올해 6월이다. 당시 DB그룹이
김남호 DB그룹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직으로 알려진 명예회장직에 아직 젊은 50대 그룹 후계자가 임명된다는 것은 이례적 일이다.
김남호 명예회장이
김준기 창업회장의 후계자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명예회장의 갈등 계기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김준기 창업회장이 비서 상습 성추행 혐의로 피소돼 회장직을 내려놨다.
이후 김 창업회장은 미국에서 도피 생활을 했고 김 명예회장이 김 부회장에 비해 연락을 소홀히 하면서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아들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DB그룹의 경영구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DB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DB그룹은 ‘
김준기 창업주의 왕국’이라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회장 자리에 누가 오든 경영권은
김준기 창업회장이 꽉 쥐고 있다”며 “
김남호 명예회장이 젊으니 언제든 회장직을 다시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DB그룹은 다시 아버지
김준기 창업회장의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