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하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롯데면세점 대표)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재입성을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
[비즈니스포스트]
김동하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롯데면세점 대표)가 인천국제공항 영업 복귀를 타진할 지 주목된다.
이르면 추석이 지난 뒤, 늦어도 연말에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몇몇 권역을 놓고 재입찰 공고가 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김 대표도 이 기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2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라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 권역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하면서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 재입성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발을 뺀 시기는 2023년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처음 문을 연 2001년부터 22년 동안 꾸준히 공항면세점을 운영했지만 2023년 3월 실시된 새 사업자 입찰에서 신라·신세계에 밀려 탈락했다.
롯데면세점은 낙찰 실패 당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더 이상 운영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큰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나오는 매출이 전체의 10%가량에 불과해 실적에 큰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결과라는 지적이 상당했다. 당시 롯데면세점을 이끌던 김주남 전 대표가 일부 임원들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이후 매출 기준으로 국내 면세업계 선두자리를 수성하는 데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력한 경쟁사인 신라면세점과 매출 격차는 한 때 2조 원이 넘기도 했지만 이 차이가 2023년 1천억 원대로 좁혀진 데 이어 2024년에는 오히려 매출이 350억 원가량 뒤쳐졌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가 롯데면세점의 아성을 흔들리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2년 전 사업자 선정 당시 새 사업자에게 최소 10년의 운영권을 보장했다는 점이 롯데면세점에게 뼈아픈 지점이었다.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할 기회가 적어도 인천국제공항에서는 10년 동안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면세점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2년 전 낙찰 받았던 인천국제공항 면세권역을 놓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공사가 이를 거부하면서 그동안 말로만 돌던 면세업계의 공항점 철수설이 현실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내년 3월17일까지만 DF1(화장품·향수·주류·담배 판매) 권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위약금으로만 1900억 원가량을 내고 결정한 일인데 그만큼 누적 영업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혔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현재 주류와 담배를 판매하는 DF2 구역의 운영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면세점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조만간 철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냐는 관측이 면세업계에 무성하다.
이런 변화를 가장 반길 만한 인물은 바로
김동하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실시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면세점 수장에 오른 뒤 줄곧 회사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취임 직후 롯데면세점이 서울 명동에서 운영해왔던 오프라인 쇼룸 ‘나우인명동(옛 LDF하우스)’ 운영을 곧바로 중단했으며 2월에는 해외 바이어와 국내 패션 공급자를 연결하는 B2B(기업 사이 거래) 플랫폼인 카츠의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했다.
6월에는 2024년 11월 출시한 첫 패션 자체브랜드인 싱귤러 사업을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국내외 매장도 김 대표가 추진하는 사업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2월 뉴질랜드 웰링턴 공항점 영업을 종료했으며 65월 말에는 베트남 다낭에 있는 시내면세점을 철수했다. 비슷한 시기 호주 다윈공항점 영업도 접었다.
사실상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사업을 모두 정리한 것인데 이는 롯데면세점이 상반기 면세업계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이 공항면세점 살리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기업들과 달리 체질 개선에 집중했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롯데면세점은 2023년 입찰 실패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에서 22년 만에 손을 뗐다. 사진은 과거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하던 면세점 모습. <롯데면세점> |
문제는 김 대표가 앞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할 시기도 무르익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안 되는 사업을 정리한 것과 별개로 줄어드는 매출을 반등할 만한 새 먹거리를 찾는 노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올해 롯데면세점을 이끌면서 상반기에 낸 매출은 1조3054억 원이다. 2024년 상반기와 비교해 20.8% 줄어든 것으로 최근 10년 사이 최저 매출이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형 중국 보따리상(따이공)과 거래를 중단한 것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 셈인데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시기라고 면세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만약 신라면세점에 이어 신세계면세점까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일부 권역을 포기한다면 김 대표로서는 취임 1년 만에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롯데면세점이 두 회사 철수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통상 면세권역의 새 계약기간을 4달가량 앞둔 시점에 입찰을 진행했다. 이 관례대로라면 이르면 추석이 지나고 난 뒤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차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늦어도 새 사업자를 선정하는 작업이 올해 연말 안에는 마무리될 수 있다는 예상들도 나오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애초부터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해온 인천국제공항 면세 DF1 권역과 DF2 권역에 눈독을 들여왔다. 2023년 3월 입찰 당시에는 매우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지만 최저입찰가가 현실화한다면 얼마든지 재입찰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입찰공고가 나기 전이라 재입찰에 도전할지 여부를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재입찰은 충분히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며 입찰 조건을 확인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