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오전 430억원대의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까?
특검이 이 부회장의 영장이 기각된 뒤에도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여론도 높지만 영장을 재청구하기도 부담이 큰 상황이어서 앞으로 특검의 수사방향이 주목된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이 삼성그룹의 최순실씨 모녀 승마활동 지원 관련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특검은 주말인 21일과 22일에도 승마협회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소환한 것을 비롯해 서정균 전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최영진 모나미 승마단 감독 등 승마계 관련 인사를 줄소환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대기업의 미르와 K스포츠 지원금 출연과정을 들여다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됐으나 삼성그룹의 최씨 지원 관련 수사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그룹 측 소환인사인 황성수 전무가 이틀에 걸쳐 고강도 수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황 전무를 상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한 대가성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승마와 스포츠계 인사들의 소환조사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이미 구속된 장시호씨가 22일 오후 특검 사무실에 불려나와 조사를 받는 등 삼성그룹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원의 배경과 대가성을 둘러싼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재소환 또는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삼성그룹 관련 보강수사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영장청구가 기각된 뒤에도 후폭풍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일 주말 촛불집회에서도 “이재용을 구속하라”며 영장 재청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법학 교수와 변호사 등 법률가 68명이 참여한 ‘이재용 영장기각에 분노하는 법률가 시국농성단’은 20일부터 설 연휴 전까지를 잠정기간으로 정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430억 원의 뇌물로 경영세습을 약속받고 위증까지 한 이 부회장의 죄가 세상에 드러났는데도 법원의 엉터리 결정으로 재벌수사에 상당한 난관이 조성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한다"면서 "법원의 기각 결정을 묵과할 수 없어 법률가들이 먼저 나서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야권 대선주자들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은 23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아예 이 부회장의 사법처리를 못 박고 “이재명 정부에선 박근혜와 이재용의 사면 같은 것은 결코 없을 것"이란 공약을 내걸었다.
|
|
|
▲ 박영수 특별검사. |
특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20일 브리핑에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 고위관계자 3명의 불구속수사 원칙은 추후 수사과정에 따라 변동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황 전무를 다시 소환했는데 이 부회장, 최 부회장 재소환 계획을 조율 중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선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수뇌부의 불구속수사 원칙이 바뀔 수도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재계와 법조계 등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섣불리 영장 재청구에 나섰다가 다시 기각될 경우 여론에 등 떠밀린 무리수를 둔 것으로 거센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영장 재청구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반반”이라며 “기각될 경우 부담이 크고 불구속기소를 하자니 향후 박 대통령 소환조사까지 감안하면 수사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특검이 최지성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실장 등 사장단 실무책임자의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내놓는다.
특검 내부에서는 삼성이 낸 정유라씨 지원금의 대가성 부분을 보강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기류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번주 안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