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9-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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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셀트리온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돋보이는 주주환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올해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주주친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역시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직접 주식을 사들이는 동시에 지주사와 계열사까지 동참시켜 셀트리온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지주사와 계열사의 셀트리온 지분 매집까지 주주가치 제고로 포장하는 것을 놓고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의 주주환원율을 살펴보면 셀트리온이 가장 두드러진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부터 2027년까지 평균 주주환원율 4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인 주주환원율 목표를 제시한 한미약품(25%)과 유한양행(30%)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주환원율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이다. 다만 기업마다 자사주 취득만 반영할지, 소각까지 포함할지에 따라 계산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분을 모두 반영해 주주환원율을 산정했지만 셀트리온은 매입분을 제외하고 소각분만 계산에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이 별도기준 순이익을 적용한 것과 달리, 셀트리온은 연결기준 순이익을 기준으로 삼아 환원 강도가 더 높다는 점도 특징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까지 부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이 올해 자사주 매입 완료했거나 결정한 규모는 8500억 원이며 소각 완료했거나 결정한 규모는 9천 억 원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5.5%였던 자사주 비율은 올해 6월 말 4.6%까지 줄었다.
▲ 셀트리온은 올해 매입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최근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상법 개정안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셀트리온의 행보는 더욱 눈에 띈다.
셀트리온은 “기업의 내재 가치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저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낮을 때 자사주를 매입하면 같은 자금으로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어 주주환원 효과는 더욱 커진다.
다만 셀트리온 주식 매입의 주체를 넓히는 것과 관련해 이를 주주가치 제고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셀트리온 주식 매입에는 셀트리온 뿐 아니라 서정진 회장과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도 동참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과 셀트리온스킨큐어는 7월까지 각각 5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취득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올해 6월 초까지 약 1200억 원 규모 셀트리온 주식 매입을 완료한 뒤 추가로 5천억 원 규모 셀트리온 주식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를 '그룹 차원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은 회사가 이익을 주주와 직접 나누는 주주환원이 아니라 단지 주가 부양을 위한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지주사와 계열사의 지분 매입을 주주환원으로 포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시각이 주주들 안팎에 존재한다.
이들은 셀트리온의 자사주 매입이 소각을 전제로 한 확실한 주주환원 수단이라면,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 매입은 결국 다시 시장에 나올 매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장기 보유 의지가 분명하다면 주주환원으로 평가할 여지도 있겠지만 셀트리온홀딩스가 밝힌 최소 보유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셀트리온홀딩스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주식 신규 매입 분은 최소 1년 이상 보유하겠다"면서도 "기업가치 저평가가 해소되면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지주사 사업구조 개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도 셀트리온홀딩스는 지주사로서 법적 최소 지분만 유지해 왔다. 공정거래법상 셀트리온홀딩스는 상장 자회사인 셀트리온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지만 과거 여러 차례 이를 충족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지분율도 21.96%에 그쳐 법적 기준을 가까스로 웃도는 수준이었다.
결국 셀트리온홀딩스의 셀트리온 지분 매입은 사업형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셀트리온 지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