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진수 SPC그룹 사장이(가운데) 1월27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 존슨 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파리바게뜨 제빵공장 투자 인센티브 조인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 < SPC그룹 >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급습해 대대적 단속을 단행하면서 미국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인 CJ그룹과 SPC그룹 등 국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식품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건한 이민 정책이 미국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 일정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CJ푸드빌은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이 위치한 미국 조지아주에 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다만 현지 이민 정책과 관련한 뚜렷한 대응책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현지 주재원들의 비자 문의가 많아서 현재 확인하는 중인데 회사 직원들은 출장 요청에 맞는 비자를 발급 받아 근무하고 있고, 이후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응하는 중”이라며 “다만 건설 현장 등 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확인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북미 사업 확장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 홀카운티 게인스빌에 5400만 달러(약 7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약 9만㎡(2만7225평) 부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냉동생지, 케이크 등 베이커리 제품을 연간 1억 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연내 완공을 목표로 한다.
현지 공장 건설을 계기로 현재 약 160개인 북미 매장을 2030년 1천 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미국 이민법 관련 이슈를 피해갈 수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CJ제일제당의 냉동식품 자회사 슈완스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수폴스에 위치한 11만5천㎡(17만3938평) 부지에 초기 투자금 약 7천억 원을 들여 아시안 푸드 신공장을 짓고 있다. 2027년 완공되면 찐만두·에그롤 생산라인과 폐수처리 시설, 물류센터 등을 갖춘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거점 역할을 하게 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슈완스 자체가 미국 회사다 보니 인수 뒤로도 직원 대부분이 현지인이고, 이스타로 파견하는 사례가 없다”며 “건설 현장 노동자들도 대부분 현지 노동자”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신공장을 앞세워 미국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만두시장 1위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해당 시장 점유율은 42%다.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 존슨카운티 벌리슨시에 약 15만㎡(4만5천 평) 규모의 제빵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2월 공장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현지 지방정부로부터 투자 계획과 지원금 등을 승인받았다.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신공장은 파리바게뜨 매장이 확산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출 계획을 세운 중남미 지역까지 베이커리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생산 시설이다. 첫 단계로 연면적 약 1만7천㎡(5200평) 규모로 건설한 뒤 파리바게뜨 사업 확장에 맞춰 2030년까지 연간 5억 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2만8천㎡(8400평)으로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SPC그룹은 북미 지역에서 파리바게뜨 매장 240여 개를 운영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1천 개 매장을 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앞서 2월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 공장을 “올 여름 본격적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으나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SPC그룹 관계자는 “텍사스 공장은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 미국 이민 정책과 관련해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공개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사진. < ICE > |
앞서 4일(현지시각)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을 단행했다. 이번 단속으로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을 포함한 한국인 300여 명이 구금됐다.
미국 당국은 건설 현장 협력사 직원들을 정규 취업 비자 없이 단기상용비자(B1) 및 전자여행허가(ESTA)를 통한 단기 출장 형태로 파견한 것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공장 건설에 필요한 숙련 노동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한국에서 노동자를 들여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규 취업 비자의 경우 전문직 취업 비자(H-1B)는 전문 분야 학사 학위 이상의 학위가 있어야하고, 비농업 임시 노동자 비자(H-2B)는 연간 쿼터가 제한돼 있어 한국의 경우 선발 확률이 2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B1과 ESTA를 활용한 파견이 관례로 자리잡은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이민 단속 작전 이후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외국기업들에게 미국 이민법을 존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단속을 계기로 미국 이민 단속 정책이 한국 등 아시아계와 대미 투자기업 사업장으로 본격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기업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단속 여파가 빠르게 수습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현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비자 발급 확대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