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 |
[비즈니스포스트]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정 사장이 사업구조의 한계에서 오는 근본적 취약점을 보완해 실적을 끌어올리기까지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부터 영업손실을 이어오다 2021년 잠시 흑자전환했지만, 2022년 다시 2조 원대의 큰 적자를 내며 구조적 수익성 회복에 실패했다.
여기에 외부적 충격도 더해졌다. BOE를 비롯한 중국업체들이 액정디스플레이(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의 중국 관세 강화로 부품 조달 단가가 높아지면서 핵심 고객사인 애플이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재무적 부담으로 공격적 투자가 어려운 현실에서 최선의 전략을 찾고 있다. 동시에 LG디스플레이의 경영전략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 정철동 ‘인공지능 전환’에서 해답 찾기, LG디스플레이 맞춤설계로 ‘생산성 혁신’
정철동 사장은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으로 생산단가 절감과 생산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업계 최초로 AI어시스턴트를 자체개발하고 AI에이전트를 업무에 적용해왔다.
그 효과는 기술설계부터 생산공정, 사무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AI에이전트는 단순 보조나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영업이익 개선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한다.
여러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의사결정과 업무수행의 시간·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수율 개선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수율은 투입 자원에 비해 얼마나 많은 합격품을 생산하는 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대표적 사례로 배터리 제조업체 SK온은 AI에이전트 적용하면서 70~80%대 머물던 수율이 지난해 90% 초중반대로 개선됐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수율 1% 향상은 영업이익 2천억 원 이상의 개선효과가 있다고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공정에서 AI를 적용해 수율을 2~3%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도입으로 모바일용 OLED 패널 설계시간도 1달에서 8시간으로 단축됐다.
알고리즘에 따라 상황별로 필요한 공정을 자동설계하면서 모바일용 OLED패널의 모서리나 발광 단층 설계까지 복잡한 작업에서의 소요시간을 줄이고 있다.
OLED 생산 공정에서도 불량률 감소로 연간 2천억 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더불어 LG디스플레이가 자체개발한 사무직용 AI어시스턴트 ‘하이디(Hi-D)’는 하루 평균 업무생산성을 10%가량 향상시키고 있다.
정철동 사장은 “AX 혁신을 전사로 확대해 체질개선과 원가혁신,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이루겠다”며 “LG디스플레이만의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 정철동 앞으로의 발걸음에 놓인 숙제, 커지는 대외적 변수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체질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대외적 변수가 회사의 앞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OLED를 포함한 고급 디스플레이 시장까지 점차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의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2023년 68%에서 연평균 4% 성장해 5년 안에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이 2024년 1분기 시장점유율 49.7%를 기록하며 국내 업체(49%)를 따라잡았다.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국산 중소형 OLED를 우선 채택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산 OLED 사용비중은 86%를 넘어섰다.
품질 면에서도 중국산 OLED는 크게 개선됐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에서 따르면 중국의 대표업체 BOE는 국내 OLED 기술력과 비교할 때 1년 미만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 역시 BOE의 OLED를 적용한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차지해 온 점유율 상위권이 중국 업체들의 빠른 기술격차 축소로 점차 압박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정책을 강화하고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점도 중소형 OLED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TV용 OLED 시장에서는 멕시코 생산으로 관세부담을 피할 수 있었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한 모바일·차량용 OLED 시장에서는 미국 정책이 수익성에 즉각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의 디스플레이 공급 단가 인하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아이폰17의 가격 인상 폭을 줄이기 위해 생산비 절감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모바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공급망 다각화 전략을 고려할 때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요구를 가장 먼저 수용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7 물량 의존도가 높지 않아 수익성 악화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정철동 사장의 선택과 집중, 사업구조 고도화 노력이 대외적 불확실성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LG디스플레이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LG디스플레이는 세트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 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며 “관세정책이 수시로 변하는 만큼 만큼 업계 동향을 신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