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의 팝업스토어 'ETF베이커리'에 방문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오늘 입장 대기 마감됐습니다.”
4일 오전 11시,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팝업스토어 ‘ETF베이커리’ 앞에는 매장 오픈을 기다리는 행렬이 길었다. 보도엔 빗물이 채 가시지 않았다. 비가 내리던 아침 8시부터 줄을 섰다는 이들도 있었다. 베이커리는 오전 11시에 맞추어 문을 열었다.
팝업스토어 관계자는 “매일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웨이팅 대기가 시작되는 9시30분 훨씬 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말했다.
ETF베이커리는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출신 유튜버 ‘슈카월드’가 공간 설계 업체 글로우서울과 손잡고 연 팝업스토어다. 이른바 ‘슈카빵집’으로도 불린다. 소비자들에게는 990원짜리 소금빵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ETF베이커리의 인기에 남몰래 웃는 곳도 있다. 바로 자산운용사다. ‘ETF’라는 빵집 이름 덕에 주식시장의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ETF는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펀드 상품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사실 슈카빵집의 ETF는 ‘Express Trade Farm’의 약자다. 자산운용사의 ETF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
하지만 슈카빵집은 서로 다른 ‘ETF’의 의미를 교묘하게 중첩시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 메뉴판에 '빵류 상위생산 품목', '국제 밀 가격동향', '우유 가격의 구성' 등 다양한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메뉴판에는 빵 소비자물가지수, 국제 밀 가격 동향 등 다양한 그래프가 그려져 있다. 포스터에는 ‘ETF도 분산투자가 기본!’이라는 문구와 함께 ‘안정적인 분배를 위해 고객님 한 분당 5개까지만 구매가 가능합니다’라고 적혀있다.
빵 구매 제한 안내를 ETF의 분산투자 원리에 빗대어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남·50대)씨는 “ETF를 알긴 했지만 자세히는 몰랐는데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기 전에 검색을 하면서 정확한 뜻을 살펴봤다”고 말했다.
다른 20대 남성은 “ETF 자체가 분산투자된 상품이라 따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안내문을 보고 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는 최근 ETF를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TF 베이커리의 갑작스러운 ‘출현’ 큰 힘이다.
▲ 'ETF베이커리' 내부 벽에 부착된 원재료 중량별 시세 현황 안내판. <비즈니스포스트> |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ETF를 이용한 노후 대비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이러한 팝업은 일반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ETF를 알리는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속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이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광고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2025년 상반기 광고선전비 합계는 약 17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9억 원보다 46.8% 늘어난 것이다.
특히 ETF는 고객이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상품을 선택해 거래하는 형태여서, 마케팅을 통해 상품의 존재와 특징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360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유튜버 슈카월드는 평소 방송에서도 ETF를 자주 소개한다.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만난 김모(여·28세)씨는 “슈카월드 때문에 ETF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ETF베이커리는 8월30일 문을 열었다. 종료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