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9-02 15: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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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을 두고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을 '비상상황'이라 규정하며 전국법원장 회의를 소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정기국회에서 여당과 사법부 간 초유의 대립이 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을 두고 대법원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여당과 대법원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2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내부망에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를 제외한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을 두고 비판적 견해를 내놨다.
민주당은 추석 전까지 완료할 사법개혁의 5대 과제로 △대법관 수 증원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법관 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관 수 증원은 현재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현재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전체회의 심의와 의결을 앞두고 있다. 김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대법관을 4년 동안 4명씩 증원한다.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인 백혜련 의원은 최근 JTBC 장르만여의도에서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법사위 소위 논의를 존중해서 30명을 기준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처장은 대법관 증원을 두고 “대법관 수를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개정안은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자원의 대법원 집중 투입으로 인해 사실심 약화의 큰 우려가 있다”며 “예산·시설 등의 문제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대법관 1명이 1년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 수가 3천여 건으로 매우 과중한 데다 4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증원하는 것이라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이 8월27일 사법권한 분산 및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경청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 의원은 대법관 증원을 두고 “지금 법원에서는 공간도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국민들이 제대로 재판을 받기 위해서는 재정도 투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런 문제는 법률 개정 사항도 아니고 나중에 대법원 규칙 등 행정적인 차원에서 다루면 될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관 평가제도 개선’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외부위원이 포함된 평가위원회에 법관의 근무 평정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려 하는데 법관들이 외부 평가로 영향을 받게된다면 법관의 독립성이 침해된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천 처장은 “외부의 평가와 인사개입을 통해 법관의 인적 독립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는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법관사회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재 법관 평가 제도가 사실상 대법원장의 영향 아래 있다는 점을 인식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백 의원은 “법관 평가에 대해 대부분 대법원 규칙으로 정하게 돼있다 보니 대법원장의 권한이 굉장히 크게 작동하는 형태”라며 “법관 평가 위원회 구성이라든지 공개 여부 등 입법부가 법률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법률화를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의 반대에도 민주당은 사법개혁의 추석 전 완료를 위한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사법개혁의 촉발시킨 조희대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재판 등으로 여론이 법원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사건 재판을 담당한 지귀연 판사 문제에 더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법원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인식 아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일련의 문제를 보면 현재 진행되는 내란 재판이 잘못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며 “사법개혁 관련 법안도 차질없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은 조만간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각급 법원에서 소속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양쪽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면서 조만간 여당과 사법부의 대립 전선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 한 의원은 법원의 사법개혁 반대 움직임을 두고 "내란 때에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던 법원이 개혁에만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도 최근 MBC뉴스하이킥에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국민들 사이에서 너무나 팽배하고 오히려 사법부를 위해서도 사법 개혁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