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8월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팀 쿡 애플 CEO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공급업체에게 자동화 설비를 갖추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가 시선을 끈다.
삼성과 LG 등은 '트럼프 관세'로 대미 투자를 널려야 하는 상황이데 그런데 애플 공급망에 남기 위해 자동화를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일(현지시각) 공급망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애플이 금속과 모듈 부품사를 중심으로 자동화 요구를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과거 애플은 탄소 중립 목표를 위해 공급사의 생산 장비 개선을 일부 지원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투자를 공급사에 맡기는 식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신문은 함께 전했다.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수주를 받으려면 자동화가 필수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애플은 2년 전부터 공급망 자동화 작업을 추진했다.
올해 갑자기 자동화 작업을 서두르는 배경에 트럼프 정부가 시행한 관세 요인이 자리한다고 디지타임스는 지목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지역에 새롭게 관세를 부과해 애플은 관세가 낮은 곳으로 생산 기지를 옮겨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베트남을 비롯한 중국 이외 국가로 공급망 이전을 추진해 왔다.
이 과정에 중국 숙련공 의존을 낮추고 어디에서 생산하든 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자동화가 필수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자동화는 장기적으로 생산 수율을 향상시키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애플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 관세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던 기업이다.
다행히 애플은 미국 내 공급망 확대와 제조 설비에 모두 6천억 달러(약 836조 원)를 투자하기로 발표한 덕분에 일단은 관세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애플처럼 미국 내 생산을 약속한 기업은 대중 관세에 있어 반도체 품목관세를 면제받았다.
▲ 8월26일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에서 소비자가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공급사로 떠넘길 가능성이 떠오른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일으킨 일명 ‘관세 폭풍’ 영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짚었다.
애플의 이런 전략은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을 포함한 한국 협업사에도 압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이 공급망 자동화를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자사 제품군 대부분으로 확대한다면 한국 부품사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이 현재 마지막으로 공개한 2023년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공급망 리스트를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X세미콘, 삼성SDI, 삼성전기, 영풍그룹, 덕우전자, 범천정밀,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12개 한국 기업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의 전자제품은 세계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안정적인 납품처가 필요한 부품사에겐 반드시 공략해야 할 대상이다.
올해 2분기 아이폰 출하량은 4640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이에 애플은 막강한 협상력을 앞세워 일반 부품사에게 단가를 낮게 책정하라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관세와 투자 변수까지 더해질 수 있는 셈이다.
애플은 이미 디스플레이 업체에 공급가를 낮춰 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전문지 페이턴틀리애플은 7월18일 중국발 기사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17 시리즈용 올레드(OLED) 패널 가격을 인하해 달라고 삼성과 LG에 공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트럼프 정부 관세는 최근 연방항소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대법원 절차가 남은 만큼 영향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애플의 공급망 압박도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요컨대 애플이 트럼프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을 공급사에 자동화 요구를 비롯한 방식으로 떠넘기려 하고 있고, 그럴수록 삼성과 LG를 비롯한 협업사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는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면 매출 총이익률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애플은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전자기기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애플 측의 요구조건만 갖추면 협업사로서 중장기 수혜가 이어질 수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