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의 영향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단기적인 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됐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7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센티멘탈(투자심리)과 펀더멘탈(기초여건) 양쪽의 리스크를 함께 불러오는 일”이라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에 단기적인 파장을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주요 대기업의 오너가 이전에 구속기소되거나 법리공방이 길어질 경우 핵심 계열사는 물론 그룹 전반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6년 4월에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을 때 현대차그룹의 상장계열사 주가는 기소된 날을 기점으로 1개월 동안 17.13% 떨어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1년 1월 횡령과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뒤 2012년 8월에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받고 법정구속됐을 때도 지주사인 한화와 한화생명 등의 주가가 장기간 하락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2012년 1월)과 이재현 CJ그룹 회장(2013년 6월)도 구속기소됐지만 이때는 핵심 계열사의 업황이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시기라 계열사 주가에 영향을 비교적 덜 미친 것으로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업황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지만 삼성그룹의 사업과 지배구조재편이 이 부회장의 구속기소로 늦어질 가능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김 연구원은 바라봤다.

김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미국 등 주요 국가가 삼성전자에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적용해 대규모 벌금을 매기거나 계약을 거부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미칠 파장의 크기와 범위를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문제의 영향을 완충할 만한 기업·시장의 호재가 부각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와 다른 계열사 주가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