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5-08-26 16: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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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내증시 대장업종인 조선주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애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대형 조선주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우호적인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측은 재차 한국에 조선업 협력을 요청해 왔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화오션(-6.18%), HD한국조선해양(-5.71%), HD현대중공업(-3.8%), 한화엔진(-2.77%) 등 조선주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조선주 주가가 급등했던 만큼,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회담을 계기로 피로감 섞인 매물들이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 정상의 만남에선 한미 조선업 협력 필요성이 재차 확인됐다.
증권가에서는 조선주의 장기 우상향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전날 미국 측은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길 원하지만 지금 당장엔 미국 내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가 없고 단기간 내 재건 사업의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또한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기대한다고도 전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눌 예정”, “한국에 선박을 발주”, “한국과 협력하여 향후 미국에서도 선박을 건조”, “미국은 한국의 제품과 선박을 원해”, “MASGA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강하게 추진할 예정” 등 조선업 관련 발언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기도 헸다.
한미 조선업 사이 협력은 기업들의 실무 단계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치러진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조선업 관련 여러 협력 기회가 창출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HD현대그룹과 산업은행, 미국계 사모펀드인 서버러스 프론티어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조선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을 조성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버러스는 HD현대 그룹이 필리핀으로부터 장기임대한 수빅조선소를 소유한 펀드다.
이를 통해 미국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공급망 강화, 자율운항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비거마린그룹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 및 정비에 관해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상선 및 특수선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며, 미국 조선소와 공동 건조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한화오션도 최근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 7천만 달러의 추가투자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처럼 한미 조선업 협력이 단순 기대감에서 벗어나 실체화되기 시작하자 증권가에서는 단기 조정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회담은 투자기간이 짧은 투자자들에게 매도해야 하는 이벤트라는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한국의 역할이 구체화되는 시점이 뒤로 미뤄졌으며 단기간 내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직접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되어 한국의 역할이 더 많아질 것”이라 말했다.
이어 “국내 조선업계의 수혜가 구체화되는 시점까지 긍정적인 투자시각을 유지해도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앞으로 종목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조선, 에너지 분야가 가장 큰 관심 대상”이라 말했다.
▲ HD현대 등 대형 조선주에 계속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미국과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는 대형주를 여전히 주도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정상 회담을 계기로 조선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협력 체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으로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미국의 조선해양 인프라 투자 및 해군 유지보수 분야에서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