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하루 앞두고 잇달아 미국으로 출국하며 한미 정상회담 협상의제 조율을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을 비롯한 다양한 요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나 우리 정부가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해 제안한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의 구체적 실행 방안 등이 정상회담 테이블에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갑작스러운 미국 방문 이유를 놓고는 “구체적 내용과 일정을 말씀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돌아와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강 비서실장의 갑작스러운 방미를 놓고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나면 대통령 비서실장은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현안을 챙기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일 정상회담 일정에 참여하지 않고 급히 미국을 방문해 22일(현지시각)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는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이례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국에 '안보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 조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
미국 국무부는 23일 토미 피콧 부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루비오 장관과 조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억지력을 강화하고, 공동 부담 분담을 확대하며, 미국 제조업의 재활성화에 기여하고, 무역 관계의 공정성과 호혜성을 회복하는 미래 지향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나갈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타결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2026년에 올해 대비 8.3% 인상된 1조5192억 원을 부담할 예정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월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아주 잘하고 있지만 자기 나라 군사력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한미 통상 협정의 대미 투자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한국은 7월 말 체결된 한미 통상협정에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합의했고 이 가운데 마스가 프로젝트 금액이 1500억 달러다.
이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 다음날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방문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 16명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구체적 투자 계획과 일정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한국 기업이 미국 현지에서 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거나 신설하는 방안, 한국 조선소에서 미국의 함정이나 상선을 만들어 우선 공급하는 방안, 미국에서 조선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조선업을 제외한 2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패키지'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바이오 등 전략 산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먼저 워싱턴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을 만나 통상 관련 의제를 조율했다.
▲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한미 양국간 에너지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개시를 공식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미국 동의를 얻어야만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고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하지 않도록 돼있다.
한국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임시 보관시설의 포화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원자력 협정에 담긴 제한을 완화 내지 해제하길 원한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이 대통령 방미와 관련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을 놓고 "우리 입장에서 그동안 개정을 위해 노력해왔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진전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